[쿠키 피플] 책 펴낸 아나운서 김석류 “야구는 사랑… 야구선수는 글쎄”

[쿠키 피플] 책 펴낸 아나운서 김석류 “야구는 사랑… 야구선수는 글쎄”

기사승인 2010-05-24 16:38:00


[쿠키 피플] ‘무식하면 용감하다.’ 야구계의 ‘여신’으로 통하는 KBS N스포츠의 김석류(27) 아나운서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하다.

입사 면접에서 이승엽과 혼동해 “김병현의 3점 홈런에 반했다”는 대답이나 첫 경기 MVP 인터뷰에 투입될 당시 ‘초구’라는 말을 몰라 선배에게 그 뜻을 물어봤던 일 등. 지난 4년 동안 김석류는 야구장 안팎을 좌충우돌하며 야구를 몸으로 때우면서 익혀 나갔다.

자기 말마따나 야구의 ‘야’자도 모르면서 야구 전문 리포터를 시작한 김석류가 최근에는 ‘김석류의 아이러브 베이스볼’이라는 야구 서적까지 펴내기에 이르렀다. 전문가 수준의 야구팬들에게는 에세이에 불과할지 몰라도 이제 야구를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에게는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는 게 야구계 안팎의 평가다.

김석류라는 이름값 때문인지 이 책은 발매 전부터 온라인 예약판매 각종 사이트에서 1~3위를 달린 것은 물론 발매 4일 만에 2쇄에 들어갔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야구책을 출간하면 망한다’는 게 출판계의 정설일 정도로 야구 관련 서적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힘들다. 그렇지만 야구가 김석류를 만나면서 야구를 몰랐던 사람들, 야구를 이제 알기 시작한 사람들, 밤 늦도록 야구에 열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야구의 새로운 재미를 알려주며 야구책의 성공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야구와 뒤늦게 사랑에 빠져 이제 스스럼없이 “야구와 연애하고 있다”는 김석류. 아나운서를 넘어 겸업작가로도 성공가도에 올라탔다.

-야구 서적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일본 서점 한 코너를 점령하고 있는 야구 관련 서적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본인들의 야구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죠. 한국 프로야구 역시 600만 관중을 바라보는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에 걸맞게 야구 서적이 좀더 풍성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죠. 4년 전만해도 야구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던 제가 야구장에서 보고 느꼈던 각종 에피소드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야구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전에 저의 성공스토리를 써보라고 했던 출판사에 이 같은 제 생각을 책으로 쓰자고 제의해 결실을 보게 됐어요.”

-누구를 위한 책인가.

“여성들이 야구장을 외면하는 것은 싫어해서가 아니라 야구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2000년대 들면서 여성팬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야구를 잘 아는 여성은 쉽사리 찾기 힘들어요. 이처럼 야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야구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책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죠. ‘아이러브 베이스볼’은 뒤늦게 야구팬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느낀 야구의 재미를 전해주기 위한 책이자 골수 야구팬들에게는 김석류라는 야구 초보가 야구를 어떻게 체득했는지 알려주는 재미있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야구 리포터로서의 매력은 무엇인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기사 작성에 시달리는 기자들과 달리 저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 팬들과 함께 그 열광을 함께 하면서 분위기에 흠뻑 빠져 들 수 있었어요. 팬들의 감정이 그대로 저한테 이입되면서 그 순간만큼은 저도 승리팀의 팬이 돼 그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언제인가 15연패에 빠져 있던 팀이 마침내 연패를 끊었을 때의 기쁨은 제가 응원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보다 더했어요.”

-큰 실수나 기억나는 인터뷰는 없는지.

“대부분의 실수는 리포터 초창기에 야구를 잘 몰랐을 때 벌어졌고 큰 실수나 사고는 없었어요. LG 심수창 선수가 경기 MVP에 뽑힌 뒤 인터뷰를 할 때 팔에 아이싱을 하고 있길래 ‘붕대는 왜 하고 계세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어요. 투수가 투구를 마친 뒤 팔을 식혀주기 위해 아이싱을 한다는 것을 몰라 팔을 다친 줄로만 알았죠.”

-응원하는 팀은 있나.

“초창기 사직구장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팬들이 선수 이름 대신 ‘김석류’를 연호하는 거예요. 당시 롯데팬들의 환대는 제가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특정 팀을 응원하지는 않아요. 특정 팀을 좋아하다보면 그 팀에 동화돼 감독에게 사심이 가득한 질문을 해대는 등 리포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은 모든 팀을 응원하고 야구 자체의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야구선수와 접촉이 많은데 사귄 적이나 앞으로 사귈 생각은 없나.

“아무래도 인터뷰를 자주 하다보니 몇몇 선수들과 친해져 밖에서 만나기도 했어요.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동생처럼 만나 밥을 사주는 정도였고 사귄 적은 없어요. 요즘은 그 선수들이 유명해져서 같이 어울리다 괜히 스캔들이라도 날까봐 전화통화 정도만 하고 있어요. 야구가 좋아 야구선수들과 많이 만나지만 야구선수를 애인이나 배우자감으로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예능계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나.

“몇 번 예능프로에 나가보긴 했지만 제 스스로 예능감이 없다고 생각해 그쪽으로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야구 덕분에 얼굴을 알리면서 여기저기서 섭외가 많이 들어왔지만 단 한 번도 예능 쪽을 눈을 돌리지 않았어요. 현재 제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아나운서로 더욱 크고 싶어요. 다양한 끼를 지닌 다른 아나운서들이 예능에 진출하는 것은 각자의 길이기 때문에 할 말은 없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민 기자 tazza@kmib.co.kr

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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