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우리 오빠 1위 만들려면 한 주 1억5000만원쯤은 써야….”
19일 국내 최대 음반판매량 집계사이트 한터차트에는 인기 아이돌 팬들에게 ‘전화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가요 프로그램 1위를 다투는 가수의 팬들이 “판매 순위가 이상하다”며 따지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는 것. 특히 2PM팬들은 “팬클럽에서 진행한 앨범 공동구매(공구) 물량이 순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새 앨범으로 돌아온 2PM이 가요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데 지장을 받을까 걱정했다. 이에 대해 한터는 “특정 가맹점에서 판매량이 이상 급증, 이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판매량이 잠정 보류됐었다”며 “이러한 내용을 방송국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팬들이 짧은 기간 앨범을 다량으로 구입해 지지 가수를 가요 프로그램 상위권에 올려놓는 일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팬클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앨범 공구는 훨씬 더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팬클럽 운영진은 ‘공구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면서 ‘앨범 사재기’를 독려하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팬클럽이 진행하는 첫 주 공구량은 1만5000장 정도다. 배송료 등을 포함해 1장에 1만원 정도 하는 금액을 단순 계산해봐도 1억 50000만원이 된다. 한터 관계자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팔리는 아이돌이 적지 않다” 며 “운영진이 세운 ‘몇 주 동안 1위를 만들어 보자’는 식의 목표에 따라 공구 규모도 달라진다”고 전했다.
운영진 통장에 모아 굴리는 금액이 크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팬클럽 운영진이 앨범 판매상이나 응원도구 업체 등에 로비를 받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일부 운영진은 방송국 관계자에게 배부되는 CD나 스탭 간식 비용을 공구 앨범에 책정하기도 했다.
공구는 디지털 음원까지 포괄하면서 왜곡을 낳기도 한다. 한 팬클럽은 음원량을 부풀리기 위해 ‘스트리밍(인터넷에서 바로 재생하는 기법) 공구’를 진행하고 있다. 운영진이 회원 ID를 받아 다양한 시간대에 음원 사이트에 대리로 로그인을 해 노래 재생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일종의 음원 차트 조작인 셈이다.
공구를 둘러싼 팬 간의 진흙탕 싸움도 종종 벌어진다. 최근 SM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앨범을 낸 JYJ(재중, 유천, 준수)가 발매 시점이 꽤 지난 SM 소속 가수에 밀려 판매 순위가 뒤쳐지자 “전 소속사가 JYJ를 견제하려고 SM 소속 가수의 앨범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해외 공구 판매량이 나중에 반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해프닝으로 그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