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방송가에 폭로전이 횡행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경우 과거 멤버 간의 불화부터 팀 해체까지 비화를 낱낱이 고백하는 것은 다반사이거니와 스타부부로 살면서 겪었던 낯 뜨거운 사건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다. 새로운 토크쇼 코드인 마냥 거론되고 있는 ‘성형 폭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서인영의 ‘왕따’ 발언은 방송 폭로전의 극단적 경우를 보여주는 사례다. ‘왕따’ 발언은 방송가를 넘어 연예계를 강타하는 핫이슈가 됐을 만큼 파장이 거셌다. 서인영은 지난 24일 방송된 SBS 토크쇼 프로그램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해 MC 박명수로부터 “기존 멤버들의 텃세는 없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물음에 “기가 세 보이는 이미지 때문인지 아픔을 겪었다”며 입을 뗀 서인영은 “쥬얼리를 시작했을 때 난 왕따였다. 자존심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걸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게 싫었다”며 “방송에서 멤버들이 서로의 장점을 칭찬하는데 한 멤버가 저에 대한 장점을 말하지 않고 ‘인영이는 남의 말을 듣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언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세계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둘 생각도 되게 많이 했었다”며 왕따가 됐던 당시 상황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으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기가 세 보이니까 언니가 나를 잡고 싶었나보다. 일종의 기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이 전파를 탄 직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방향은 서인영이 아닌 쥬얼리 출신 멤버인 이지현과 조하랑에게다. 시청자와 누리꾼은 이지현과 조하랑이 서인영과 그룹 활동을 함께 했던 시절 왕따를 시켰다고 추측, 미니홈피를 찾아가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일명 ‘홈피 테러’를 강행했다.
누리꾼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은 조하랑은 자신의 트위터에 “돌아가면서 왕따를 당해서 죽고 싶었던 게 비단 인영이 뿐이었을까. 같이 쇼핑 다니고 만날 붙어 다니고 너무 친했던 우리는 누군가의 모함으로 멀어지고 팀 재계약 직전에 난 철저하게 왕따였다. 거식증과 폭식증이 몰려오고 대인 기피증에 실어증까지 오고. 아침에 눈 뜨는 걸 저주하고 밤까지 수천 번 죽고 싶었다”고 털어놓으며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임을 밝혔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보고 지금 욕을 한다고 사과하라고 했을 때, 진실을 아시고 그러시는 거냐고. 눈물로 호소하고 싶다”며 “죄 없는 영혼은 이렇게 또 찢긴다. 제발 모르면서 사람 하나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항변하며 서인영의 ‘왕따’ 발언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었음을 알렸다.
조하랑과 이지현은 서인영의 돌발 발언으로 갑작스럽게 피해를 입은 경우다. 시청자의 상당수는 서인영의 ‘왕따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쥬얼리 출신 멤버들에게 도움은 못되어줄망정 괜한 오해를 사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조하랑과 이지현은 연예계를 완전히 떠난 현역 은퇴 멤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들은 가수 영역에서 조금 벗어났으나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을 오가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니셜로 발설해도 이튿날이면 인터넷 각종 게시판이 도배되다시피 하는 요즘 “그룹으로 활동했던 멤버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발언은 가해자를 뻔히 유추 추측할 수 있는 말로 안타까움을 더한다.
서인영의 ‘왕따 발언’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서인영에게 있다. 워낙 솔직한 성격이기에 웬만한 말을 해도 대중은 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이번 발언은 공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쥬얼리에서 탈퇴해 “이제는 떳떳이 말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쿨’하게 공개한 이야기로 보이나, 웃자고 던진 돌에 뛰어가던 개구리가 맞아죽는 형국이 연출된 것이다.
근본적 문제는 이런 자극적 이야기를 부추기는 방송가 행태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인 ‘밤이면 밤마다’는 매주 스타를 불러놓고 청문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토크쇼다. 같은 시간에 경쟁하는 MBC 토크쇼 ‘놀러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좀 더 자극적이고 솔깃한 이야기로 무장한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이에 ‘밤이면 밤마다’는 ‘놀러와’가 선점한 효과를 뺏어오기 위해 스타들의 사생활이나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 내 과감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들은 간혹 자신의 속내를 과장되게 털어놓기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도 한다.
SBS 집단 버라이어티 토크쇼 ‘강심장’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 자극적 프로그램에 시청자의 입맛이 길들여졌다. 웬만한 이야기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화의 수위가 높아졌다. 이러한 입맛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방송가에서는 ‘센’ 발언을 찾으며 화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밤이면 밤마다’는 ‘심야’라는 시간대를 이용해 자극적이고 거친 이야기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흥미를 이끄는 수준이 아닌 프로그램의 재미나 시청률 올리기를 위해 자극적 이야기를 연출하고 제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스타는 공인으로서 품위를 잃지 말고 언행을 삼가야 하며,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연출자로서 책임을 갖고 소재 찾기나 편집 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는 자극적 이야기를 선호하는 시청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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