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피가 난무하는 치열한 복수극 <악마를 보았다>를 집필한 박훈정 감독이 “실제로는 잔인한 영화를 못 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훈정은 <악마를 보았다><부당거래>를 집필하며 치밀한 상황과 극한의 잔혹함으로 주목을 받은 작가 겸 감독이다. 오는 24일 각본과 연출을 맡은 <혈투>로 감독 신고식을 앞두고 있다. <혈투>는 ‘적군보다 더 무서운 아군’이라는 주제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둔갑한 상황을 조선시대 광해군 11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피가 튀기는 전투’라는 뜻을 담은 제목과 달리 15세 관람가인 탓에 잔인함이 덜한다. 잔인함의 끝을 보여준 <악마를 보았다><부당거래>와 비교해도 수위가 훨씬 낮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혈투> 언론시사회 및 기자회견에서 “사실 개인적으로 잔인한 영화를 못 본다”고 말했고, 일순간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지금 더 격한 장면이 많았다. 그런데 영상으로 옮겨지면서 장면이 많이 없어졌다. 사실 후반 작업을 할 때 <악마를 보았다> 개봉 이후였는데 그 여파로 인해 많이 자제한 건 사실”이라며 거듭 “잔인한 영화를 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작과의 비교에 대해 “<악마를 보았다>나 <부당거래>와 비교하는 시선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두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밝히며 “<혈투>는 여백이 많은 영화다. 이 여백은 관객이 보면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와주세요’가 아니라 상황을 던져주고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를 빌어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충분히 얘기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면의 흐름이 다소 긴 점에 대해서는 “원래는 호흡이 더 길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영화다. 보이는 것보다 그 이후의 반응을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제 생각대로라면 호흡이 더 길어야 한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그마나 짧게 간 것”이라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혈투>는 조선 광해군 11년 만주 벌판으로 파병을 나간 죽마고우 ‘헌명’(박희순)과 ‘도영’(진구) 그리고 양반에 의해 전장으로 떠밀려 온 ‘두수’(고창석)의 피보다 진한 전투를 그린다. 오는 24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