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칠순 앞둔 윤소정 “동안 비결은 거짓말 안 하기”

[쿠키人터뷰] 칠순 앞둔 윤소정 “동안 비결은 거짓말 안 하기”

기사승인 2011-02-22 15:48:00

[쿠키 영화] 노년에 아름다운 사랑을 꿈꿔본 적이 있는가. 자글자글한 주름살에 기력이 쇠한 몸이 됐지만 동화처럼 애틋한 사랑을 꿈꾸기 마련이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노인에게도 사랑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풀 원작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재현해 관객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온라인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던 강풀의 원작들은 영화화되면서 흥행과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고소영이 주연한 <아파트>, 유지태와 이연희가 열연한 <순정만화>, 차태현과 하지원이 호흡을 맞춘 <바보>까지 관객의 사랑을 받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첫 걸음이 다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5일 만에 19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작 영화 사이에서 순항 중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인기 비결에는 주연배우들의 몫이 컸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연기 경력 30~40년 이상의 내공을 가진 실력파 배우이 모여 농익은 연기력이 볼거리를 더한다. 특히 <올가미>를 통해 악역의 대명사로 불렸던 윤소정(68)은 강렬한 이미지를 벗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송이뿐’ 역으로 완벽 변신해 눈길을 모은다. 윤소정은 어떻게 ‘송이뿐’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추창민 감독 덕분이죠. 제가 ‘송이뿐’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했거든요.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서 그런지 다소곳한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런데 추 감독은 다른 눈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 연극 ‘에이미’를 보러 와서 40~60대 여자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연기하는 제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젊어 보여서(웃음)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하더라고요. 나중에 화장을 다 지우고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무대에 섰더니 그 모습을 보고 ‘윤소정이야말로 송이뿐이다’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언제 이런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될 수 있겠어요. 추 감독께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송이뿐’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됨에 따라 첫사랑 하는 소녀의 마음처럼 설렜다. 특히 매사에 불만이 가득한 ‘김만석’(이순재)과의 닿을 듯 말 듯 이어지는 아련한 사랑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김만석’이 이름 없이 산 여인 ‘송이뿐’을 위한 여러 가지 이벤트를 벌일 때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윤소정도 ‘송이뿐’을 연기하면서 행복하던 순간이 가장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송이뿐’이라는 존재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던 그날이 촬영하면서도 가장 행복했어요. 케이크 앞에서 선물을 받았을 때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대신 느끼는 기분이랄까. 저도 아무런 말도 할 수 만큼 즐겁고 행복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랑합니다’ 같은 말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감정 표현에 인색한 편인데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윤소정을 가까이에서 마주 대하니 추 감독이 그를 젊게 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일 모레 칠순을 앞둔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고운 피부와 동안 미모가 돋보였다. “어쩜 이리 고우세요”라는 기자의 말에 “수술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라며 솔직하면서도 엉뚱한 답변을 들려주는 귀여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칠순을 앞둔 노배우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젊은 유지 비결이 궁금했다.

“솔직한 게 젊음 유지의 비결이라고 해야 할까요? 뭘 꾸미거나 거짓말로 둘러대는 건 체질에 맞지 않아요. 이리 저리 머리를 쓰면 정말 피곤하거든요. 거짓말을 하면 주름살이 하나씩 느는 것 같고요. 예전 것을 기억하고 되새기느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죠. 있는 그대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니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는 것 같아요.”

1962년 T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소정은 <3일낮 3일밤><올가미><이재수의 난><하루><결혼식 후에> 등에 출연하며 선 굵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각종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면서 스스로 세운 철칙은 ‘계산하지 않는 연기하기’다.

“전 한 번도 계산하면서 연기한 적이 없었어요. ‘이걸 함으로 인해 내 연기 생활에 어떤 보탬이 되겠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죠. 그저 마음이 닿는 대로 출연했을 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무대를 오갈 수 있었던 거죠. 행복의 기준이란 게 뭐 있나요? 그저 즐겁게 사는 거죠.”

윤소정의 연기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무대에서 연기 혼을 불태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오늘도 피어오르고 있다. 오는 5월,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응시’ 무대에 가면 윤소정의 생기 넘치는 연기를 만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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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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