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조광래호’가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 격돌할 예정이었던 몬테네그로 축구대표팀이 일본 지진으로 경기를 취소하며 A매치 일정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으로 줄어든 경기를 위해 유럽파를 소집할지가 논쟁을 불러올 전망이다.
몬테네그로 “일본 지진 무서워 한국도 못가”
대한축구협회는 17일 “몬테네그로축구협회가 경기 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우리 측에 보냈다”며 “몬테네그로 선수들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한국 방문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몬테네그로 측 요청을 수락했다.
당초 몬테네그로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데이 일정에 따라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었다. 오는 25일 시즈오카에서 일본과 격돌한 뒤 한국으로 넘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지진 발생으로 지난 16일 몬테네그로와의 경기를 취소했다.
이에 몬테네그로는 계속되는 여진과 방사능 오염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한국 일정까지 취소했다. 표면상으로는 일본과의 접근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만 사실상 한 경기로 줄어든 일정을 위해 동아시아를 방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조광래호는 오는 25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경기 일정만 소화하게 됐다. 온두라스는 일본 지진에 따른 경기 취소 등의 입장을 현재까지 우리 측에 전해오지 않았다고 대한축구협회는 설명했다.
한 경기 뛰러 오는 유럽파들…“괜찮을까?”
문제는 선수 활용이다. 조광래 감독은 이달 말 두 번의 A매치를 위해 27명의 대표팀 선수들을 차출했고 이 중 10명을 해외파로 꾸렸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 J리그 선수들을 제외하면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 이정수(알사드) 4명이 범유럽권 해외파에 속한다.
오는 25일과 29일은 FIFA가 공인한 A매치데이로 전 세계에서 대표팀 간 경기가 열린다. 대부분의 국가별 리그 일정이 이 기간 중 없어 이들 4명에게도 부담이 없는 듯 보이지만 실체는 다르다. 박주영을 제외한 3명은 지난 1월 아시안컵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회를 마친 뒤 곧바로 소속팀에 복귀, 사실상 휴식 없이 정규리그 경기에 투입됐다. 박주영의 경우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않았으나 재활에 전념했던 만큼 사실상 휴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즌 종반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체력적 부담을 안고 장거리 비행을 해야한다.
당초 이청용이 이번 일정에 합류하기 위해 조 감독에게 강한 의욕을 보이는 등 이들 4명은 차출에 선뜻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경기가 한 번으로 줄었고, 이 마저도 몬테네그로(25위)보다 상대적 약체인 온두라스(38위·이상 FIFA랭킹)와 싸워야한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일정 변경에 따른 대표팀 재구성 논의는 현재 없다”며 “선수들은 예정대로 모두 출전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