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모델에서 가수로’ 홍원빈 “트로트만 13년, 돈 유혹도 심했지만…”

[쿠키人터뷰] ‘모델에서 가수로’ 홍원빈 “트로트만 13년, 돈 유혹도 심했지만…”

기사승인 2011-04-26 10:17:00

"[쿠키 연예] 홍원빈은 ‘미(美 )중년’의 트로트 가수다. 마흔이 되어서야 자신의 음악을 후원해 줄 소속사를 만났고, 싱글 앨범 ‘인생을 거꾸로 살자’를 발매하게 됐다. 지난 2007년 싱글 앨범 ‘폴 인 러브’를 발표했으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번 앨범을 정식 데뷔로 봐도 무방하다.

홍원빈은 이색적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모델라인 35기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인기 모델이었다. 런웨이를 내려온 지 11년이나 지났지만 185cm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 뚜렷한 이목구비는 오랜 세월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마주앉는 순간 모델 출신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모델 출신인 그와 ‘트로트’는 얼핏 보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트로트’는 그의 영혼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다.

“아는 분이 당시 유명했던 모델 후배 (이)석준이에게 가스펠을 부르자고 제안을 하고자 해서 제가 다리를 놔준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석준이 대신 제가 노래를 접하게 됐죠. 그때 만난 작곡가로부터 노래를 받아 불렀는데 단번에 매료됐어요. 작곡가도 ‘노래 한번 해보라’고 제안했을 정도고요. 정말 우연히 시작된 일이었는데 평생 직업이 될 줄 몰랐습니다.”

홍원빈은 노래에 끌리는 건 순간적으로 발동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모델 일을 하면서 노래 수업을 받기로 했다. 경기도 안양까지 가서 1주일에 세 번씩 노래를 배우러 다녔다. 하면 할수록 모델 일보다 노래에 더 끌렸다. 천직임을 직감한 홍원빈은 곧바로 모델 일을 그만 두고 음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트로트를 시작한 게 1998년이었다. 밤업소를 전전하는 고된 일이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밤업소를 전전하다가 아는 선배의 소개로 전속가수가 됐어요. 서울 강남과 영등포, 인천을 돌면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죠. 1년 동안 논 날이 3일도 되지 않을 만큼 노래에 모든 것을 바쳤어요. 유명 가수들의 밤무대는 1~2곡만 부르면 적지 않은 출연료를 받지만, 저와 같은 일개 가수들은 고단한 날들의 연속이거든요. 입에 풀칠하는 것도 어려운 날들도 많았고요. 밤업소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의 유혹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고민할 가치도 되지 않았어요. 제 머릿속에는 온통 노래 생각뿐이었거든요. 그들의 유혹도 걸림돌처럼 느껴졌어요. 정말 앞만 보면서 노래했습니다.”



잘 나가는 모델 일을 관두고 업소를 전전한 홍원빈. 마음껏 쉴 수도 없었고, 생활비를 제대로 벌지 못할 정도로 각박한 생활이었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남들이 볼 때에는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삶의 낙이자 기쁨이 곧 ‘노래’였기 때문이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래만 부르는 제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바보같다’며 답답해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돈이나 명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오직 노래만이 필요했고, 노래가 전부였죠. 물론 사람이 완벽하게 살 수 없지만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올곧은 정신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렇게 정직하게 걸어오기까지 꼬박 13년이 걸렸다. 남들이 볼 때는 참 어렵게 멀리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는 “제대로 잘 걸어 왔다”며 기뻐했다.

“쉽게 쌓아 올린 것은 금방 무너지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진실을 담아 노래하는 힘이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구와 경쟁해도 눌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13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제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노하우를 배웠거든요.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 길만을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만큼 진심을 담은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홍원빈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봐 준 이가 유명 트로트가수 장윤정, 박현빈, 윙크 등이 소속된 인우기획의 홍익선 대표다. 홍원빈의 진솔함과 뚝심을 알아본 홍 대표는 그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이제 막 데뷔한 기분”이라는 홍원빈은 노래 ‘인생을 거꾸로 살자’로 무대에 서고 있다.

“이 노래가 정말 데뷔곡인 것 같아요. 2007년 발표한 노래 ‘맨발의 청춘’은 트로트 정통 창법으로 부르지 않아서 소화하기 어려웠는데요. 이번 노래는 트로트의 맛을 제대로 살려서 부르기 쉽더라고요. 듣는 분들도 어깨를 들썩거릴 수 있을 만큼 리듬을 탈 수 있는 노래고요. 인생 한 번 거꾸로 산다는 기분으로 저도 이제부터 더 젊어지려고 합니다. 트로트계의 원빈이라고 오해하시는데(웃음). 그 정도의 외모는 아니지만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노래로 인정받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