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블루칩] 태인호 “단역 전문배우의 고충? 모든 걸 즐긴다”

[Ki-Z ★블루칩] 태인호 “단역 전문배우의 고충? 모든 걸 즐긴다”

기사승인 2011-05-01 09:46:00

"Q. 배우 태인호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A.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배우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모습을 계속 발견하고, 찾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단지 전 제 삶에 충실하고,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가족에게 충실하고, 놀기에 충실하고, 연기에 충실한 사람 같습니다. 아마 제가 죽을 때쯤 저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본명이 ‘박상연’이던데 ‘태인호’로 이름을 바꾸게 된 계기와 사연이 있다면?

A. 간단히 말씀드리면 어머니가 쓰라니까 쓰는 겁니다. 박상연이라는 이름은 친할머니께서 지어주셔서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어느 날 어머니께서 어디 다녀오더니 ‘좋다니까 한 번 써봐라’ 해서 ‘태인호’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Q. 영화 ‘하류인생’으로 데뷔한 이후 ‘귀신이 산다’ ‘내 사랑’ ‘핸드폰’ ‘트럭’ ‘해운대’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한 것으로 안다. 대부분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아쉬움은 없나?

A. 아쉬움은 없습니다. 역할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요. 비중이 큰 역할의 오디션을 몇 번 봤어요. 근데 결국은 다 유명한 배우들이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뭐 결국은 제가 그분들보다 약간 하수였겠죠.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은 전역을 하고 부산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우연히 공개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출연하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개봉한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이라는 작품입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혼자 영화사 돌아다니면서 저를 알렸습니다. 비중이 작은 역할이나 엑스트라도 저에게는 모두 소중합니다.

Q. ‘하류인생’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인상이 조승우 씨를 많이 닮았다. 어떤 배우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나?

A. 감독이나 조감독이 간혹 눈빛이 박해일 선배의 신인 시절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칭찬을 해주십니다.

Q. 단역 생활을 오래 한 것으로 아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A. 없다면 거짓말이죠. 스스로 힘들지 않다고 주문을 겁니다. 어떤 배우든 무명 시절이 있는 거고, 힘든 시절도 있는 거니까 즐기려 합니다. 배우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까요. 성장하는 단계라 여기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 어떤 게 본인을 지금까지 지탱해 준 원동력인가?

A.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많았죠. 연극을 하던 시절 즐거웠던 만큼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고민이 참 많았거든요. 내가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쯤에서 끝을 내야할지 몰랐거든요. 힘들었지만 놓을 수 없었던 게 연기였습니다. 그래서 더 포기 할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Q. ‘감초 조연’으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 어떤가?

A. 안타깝게도 알아보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어디 나오신 분 아니세요’ 라는 말을 듣긴 들었습니다. 하지만 확신에 찬 눈빛들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Q. 톱배우와 연기한 경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배우와 사연이 있나?

A. 개인적으로 박신양 선배를 좋아하는데요. ‘눈부신 날에’라는 작품에서 같이 호흡을 하게 됐습니다. 짧은 역이었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박신양 선배가 ‘우리 한 번 맞춰볼까요’ 그러기에 ‘예’ 하고 호흡을 맞췄고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겠네’ ‘ok 좋아’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고 열심히 했습니다. 저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컷! 그거 그렇게 하지 마. 거~ 왜 그렇게 해. 하지마’ 말하면서 살짝 기분이 언짢으신 듯 보였어요. 그래서 긴장감을 안고 연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최근에는 영화 ‘아이들’에서 열 컷 넘게 촬영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스크린에서는 세 컷 정도에 불과했다고 하더라고.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다. 어땠나?

A. 이것 역시 아쉬움은 정말 없습니다. 일단 나오긴 했으니까요. 제법 큰 역할이었고, 박용우 선배와 마주한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다 찍고 나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나 장면들은 없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워낙 많은 분량들을 찍기도 했고요.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 박용우 선배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을 듣고 좋았고, 무엇보다 정말 좋은 영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제가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규만 감독도 많은 얘기를 해주셨고요. 그래서 몇 컷이 더 나오고 덜 나오고는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 나왔더라면 더 좋긴 했겠죠.

Q. 이번 달 말에 ‘미스 고 프로젝트’가 크랭크인 한다고 들었다. 극중에서 맡은 역이 ‘사영철’의 ‘비서’ 역이라 들었다. 어떤 캐릭터인가? 어떤 연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듣기로는 삭발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A. ‘사영철’ 역을 맡은 김태우 선배 옆에 항상 붙어있는 오른팔역인데 비서예요. 조용한 캐릭터 입니다. ‘사영철’과 ‘빨간 구두’(유해진) 곁을 지키다가 ‘사영철’을 배신한 ‘빨간 구두’와 혈투를 벌이는 ‘사영철’의 충직한 오른팔입니다. 대사 없이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입니다. 삭발을 감행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군 제대 이후론 머리를 그렇게까지 짧게 잘라 본 적이 없거든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제가 그만큼 이번 영화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보는 기회가 될 거 같고요. 아무튼 걱정되지만 그만큼 더 몰입을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Q. ‘미스 고 프로젝트’는 여주인공이 고현정으로 알려지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고현정과 연기가 겹치는 부분도 있나? 평소 고현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A. 네. 이번에도 좋은 선배들과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기분 좋습니다.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없지만, 눈빛으로 감정을 나누는 장면은 있을 것 같습니다. 고현정 선배도 그렇고, 유해진 선배, 최민식 선배, 성동일 선배에게도 많이 배워야겠죠. 평소 고현정 선배의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다는 걸 자주 느꼈습니다. 그만큼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 같고요. ‘정말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Q. 연극 ‘침입자’ ‘멸망 그리고 새로운 생명’에도 출연했다. 연극 무대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나?

A. 연극무대는 그냥 좋습니다. 공연이 시작될 때 불이 꺼지고, 음악이 나오고, 냄새마저 없어지는 흐뭇한 기분이 듭니다. 조명 빛이 따뜻해지고, 울렁거리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연극을 쉬지 않고 하는 것 같습니다.

Q. 뮤지컬 ‘어 러브 송’(A love song) ‘가스펠’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걸로 안다. 노래 실력도 출중한가 보다. 연기와 노래 모두 잘하는 것 같은데….

A. 노래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닙니다. 뮤지컬은 어릴 때 어쩌다가 한 것들이거든요. 뮤지컬은 노래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조금 뒤로 미루어 놓은 숙제입니다. 춤도 더 배워야하고요. 열심히 노력해서 연기와 노래 모두 다 잘하고 싶습니다.

Q. 올해 서른두 살이었던데 결혼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다. 혹시 만나는 사람이 있나? 없다면 어떤 여자가 이상형이냐?

A. 결혼에 대해 가끔 생각해 봅니다. 만나는 사람이 있긴 한데 지금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사람과는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완전히 이루지 못한 상태라 저에게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Q.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향후 포부를 밝혀준다면?

A. 일단은 삶에 충실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음으로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과 같이 배우고, 나누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역할을 만나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정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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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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