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로열 패밀리’의 ‘김인숙’은 복잡한 캐릭터다. 재벌가 정가원의 둘째 며느리지만 학벌도 집안도 내세울 게 없어 ‘K’로 불리며 유령인간 취급을 당했다. 내면에는 과거 미군 살인사건에 연루된 ‘김마리’의 상흔이 남아 있다. 소년원 출신의 변호사 ‘한지훈’(지성)을 향한 연민까지 묘하게 얽혀 있는 인물이다.
‘김인숙’ 안에는 ‘K’와 ‘김마리’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까다롭고 섬세한 캐릭터지만 염정아는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석 달 가까운 촬영 기간 동안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로부터 ‘미친 연기력’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드라마 촬영할 때는 씻을 시간도 없어서 외출도 못했는데요. 며칠 전에 아이들과 마트에 장보러 갔더니 사람들이 ‘앗! K다’ ‘로열패밀리에 나온 배우다’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웃음). 그걸 보면서 ‘아, 많은 분들이 시청하셨구나’ 하는 걸 느꼈죠. 사실 전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요. 칭찬하는 것만큼 잘했는지 모르겠어요.”
20년 연기 경력의 염정아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김인숙’은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잡아가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서스펜스까지 가미된 형식이라 이야기의 전개를 예측하기 힘들어 헤매기 일쑤였다.
“‘김인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 어떤 감정으로 연기해야 할지 몰랐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악녀가 됐다가 성녀가 됐다가 확확 돌변하거든요. 눈빛이나 표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대사도 쉽게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당황스러웠고요. 그러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제가 ‘김인숙’이 돼 가면서 서서히 캐릭터에 녹아들었습니다.”
지난 2008년 SBS 드라마 ‘워킹맘’ 이후 3년 만에 TV드라마에 돌아온 염정아는 ‘로열 패밀리’를 통해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둘째 아이를 낳고 감성적으로 더 풍부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인숙’은 모성애가 강한 인물이잖아요. 제가 두 번의 출산을 통해 모성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서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모성애를 머리로 이해했다면 이제는 가슴으로 느끼는 걸 알게 된 거죠. 제가 결혼 전에도 엄마 역할을 몇 번 맡았는데요. 그때 연기했던 모성애는 다 가짜였던 것 같아요. 이제야 엄마 역할을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염정아는 ‘로열패밀리’에 출연하면서 부부 사이도 돈독해졌다고 수줍게 털어놨다. 지난 2006년 결혼한 염정아는 한 살 연상의 정형외과 전문의와 소중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남편과의 사이가 더욱 애틋해 진 건데요(웃음). 남편이 재잘재잘 떠드는 제가 집에 없으니까 너무 심심해하더라고요. 이제 남편과도, 아이들과도 많이 놀아줄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일보다는 가정이 우선’이라는 염정아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기에 앞서 KBS 2TV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 여배우 특집편에 출연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예정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첫 출연이다.
“원래 ‘1박2일’ 광팬이었어요(웃음). 이번에 드라마를 찍으면서 못 봤는데, 그 전에는 매주 꼼꼼히 챙겨봤죠. 섭외 요청이 와서 일단 반가웠고요. 미스코리아 시절 때부터 도도하고 얌전한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데,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아줌마가 되면서 점점 뻔뻔해지더라고요(웃음).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니까 풀린 제 모습을 마음껏 보여드리고 싶어요. 특히 제가 무서운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이번 출연으로 유쾌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여배우 특집에 함께 출연하는 최지우, 김하늘, 서우, 이혜영, 김수미 등과는 첫 대면이라고 털어놨다.
“친분이 없어서 실제 성격을 잘 모르는데요. 다들 성격이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이 하는 만큼 저도 열심히 촬영하려고요(웃음).”
그렇다면 염정아의 마음을 사로잡은 ‘1박2일’ 멤버는 누구일까. 그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승기’를 외쳤다.
“이승기 씨에게 가장 호감이 가요(웃음). 딸이 네 살인데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기도 하고요. 여배우들과의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이승기 씨와 같은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