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100일 진통’ 카라, 무엇을 잃었나?

[Ki-Z issue] ‘100일 진통’ 카라, 무엇을 잃었나?

기사승인 2011-05-07 13:01:00

[쿠키 연예] 전속계약 갈등으로 ‘제2의 JYJ’ 사태를 맞을 뻔했던 걸 그룹 카라. 지난 1월19일 소속사 DSP미디어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카라 3인 강지영, 한승연, 정니콜이 지난달 28일 서로 양보하기로 했다.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 100일 간의 진통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카라에게 이번 사태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평가다. 카라는 전속계약 해지 반발로 인해 국내 활동 잠정 중단, 개별 활동으로 팀워크가 와해되면서 강력한 무기인 ‘팬’을 상당수 잃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가수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룹 해체’ ‘둘로 쪼개진 카라’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해 팬들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주지 않았지만 팬들을 기만한 꼴이 됐다.

특히 카라는 ‘생계형 아이돌’로 불리며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난 2008년 원년멤버 김성희가 탈퇴한 후 구하라와 강지영을 영입해 다시 태어났던 카라는 새 멤버 투입에도 별다른 잡음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어떻게 해서든 팀을 알려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가요계와 방송에 뛰어들었고, 성실함과 솔직함으로 사랑받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성장해 온 과정을 지켜봤던 팬들에게는 서로 다른 꿈을 꿨던 카라의 모습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팬들은 카라의 분쟁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전긍긍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팀이 해체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에 반발하며 ‘하나 된 카라’를 외쳤다. 하지만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한 번 더 팬을 농락했다. 국내 활동을 접고 일본에서만 5인조로 활동한 것이다. 소속사와 카라는 계약 문제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 일본에서의 활동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으나, 팬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악화됐고, “국내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러지 말고 차라리 해체해라”는 팬들의 요구도 빗발쳤다.

카라는 또 스스로 ‘인기 날개’를 꺾어버렸다. 자승자박한 격이다. 카라는 어렵게 정상에 오른 팀이었다. 초반 걸 그룹 홍수 속에서 이렇다 할 팀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구하라와 강지영을 영입한 뒤 두 번째 미니앨범 ‘프리티 걸’(Pretty girl)로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고, 이후 ‘워너’(Wanna) ‘미스터’ ‘루팡’ ‘점핑’이 연속 히트하면서 명실상부 ‘인기 걸그룹’이 됐다.

카라의 인기는 일본 열도도 삽시간에 물들였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첫 싱글 ‘미스터’를 발매해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 5위로 입성했고, 다음 달 발표한 베스트 앨범도 DVD 차트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일본 오리콘 차트가 집계한 ‘제43회 오리콘 연간 랭킹 2010’에서는 13억 엔(당시 한화 179억 원)의 수익을 올려 최고의 판매고를 올린 신인으로 기록됐다. 노래 ‘미스터’와 ‘점핑’으로 벨소리 35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한류 최고의 가수로 이름을 알렸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본 연예인들이 카라의 엉덩이춤을 따라할 정도로 카라의 인지도는 치솟았다.

하지만 전속계약 갈등으로 일본 팬들도 등을 돌렸다. 아이돌 장수 그룹이 대거 포진돼 있는 일본 연예계에서는 현지 시장에 막 데뷔한 그룹이 해체 위기에 놓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이번 소속사와의 갈등이 노래, 춤, 외모 모두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카라의 인기 상승세에 독이 된 것이다.

“팬들에게 평생 갚아야 할 큰 빚을 졌다”며 “팬들의 상처를 달래드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무대에 서겠다”며 다시 돌아온 것을 약속한 카라. 신뢰와 사랑을 잃은 카라가 어떤 노래와 자세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주목해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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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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