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청중평가단, 약인가 독인가

‘나는 가수다’ 청중평가단, 약인가 독인가

기사승인 2011-05-12 11:45:00

[쿠키 연예] 일거수일투족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가수 7명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열쇠를 쥔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진원지다.

현장에서 감격을 만끽한 관객 일부가 각자의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방송 내용을 공개하는 ‘스포일러’로 둔갑해 시청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누가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에는 아무개가 떨어진다” 식의 의견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가수들이 부른 곡명은 기본이고 1위에서 7위의 예상 명단이 나돌 정도에 이르렀다.

사실 ‘나가수’ 제작진이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촉발된 한 달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가장 염려했던 부분도 청중평가단의 결과 유출이었다. 신정수 PD는 지난달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송 진행 전 청중평가단에게 결과를 언급하지 말아줄 것을 정중히 부탁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부탁이 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신 PD의 바람대로 청중평가단의 많은 이들은 자중을 실천하고 있으나 일부에 의해 다수의 노력이 퇴색되고 있다.

과거의 논란을 지울 만큼 뮤지션들의 완성도 있는 무대와 제작진의 안정된 진행, 청중평가단의 설득력 있는 투표 속에 호조세를 타기 시작한 ‘나가수’로서는 훼방꾼이 되고 있는 일부 청중평가단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청중평가단 제도를 폐지할 수도 없다. ‘시청자가 선택하는 최고의 가수’라는 프로그램 의도에 따라 청중평가단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노래에 관심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청중평가단은 시청자 집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장에서 울리는 생생한 음색을 통해 이날의 승자와 패자를 정확하게 가려내는 ‘국민의 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제외하고 시청자가 인정한 가수와 청중평가단이 선택한 결과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더러 해당가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이 청중평가단에 포함됐을 수도 있겠지만, 공정성 논란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대체적으로 ‘정확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해둘 것은 청중평가단에게 경연 결과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느낀 대로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기에 탈락자가 합격자로 둔갑할 수 있고 예상 순위도 확인된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의 윤곽을 미리 알고 시청하면 공연의 감동과 경연의 재미가 반감되기 십상이다. ‘나가수’의 묘미는 1등과 7등이 ‘누가’될까를 예측하며 보는 아슬아슬한 재미, 가수들이 어떤 곡을 들고 나와 어떤 식의 해석을 선보였는지를 감상하며 듣는 감동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청중평가단의 한 마디 말과 한 문장의 글로 인해 묘미를 사전 박탈당한 채 ‘나가수’를 떠나는 시청자가 속속 생겨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포일러’ 논란을 원천봉쇄할 확실한 방법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렵다. 가수들의 동선, 밴드들의 이동, 조명 조절, 코러스 배치 등 무대장치 면에서 7명을 한꺼번에, 연속적으로 소화하기란 힘들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최고의 음악 무대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작진의 말을 믿고 출연을 결심한 가수들이 생방송으로 찍어내듯 진행하는 방식을 꺼릴 것은 자명하다. 또 무대 위 모습뿐 아니라 무대 밖 인간적 모습도 함께 비추고 있는 터라 생방송으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나가수’로 인해 대중가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 아이돌 그룹이 독주하는 음악시장에서 실력파 가수에 대해 번지는 관심과 애정, 가요계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대. ‘나가수’가 불러온 긍정적 효과들이다. 실제로 열매를 거두자면 숙성의 시간의 필요한 만큼, 일부 청중평가단은 프로그램의 ‘수명’을 갉아먹는 존재를 자청하기보다는 ‘국민의 귀’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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