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망가져야 사는 여배우들…윤은혜-성유리-장나라 ‘수난시대’

[Ki-Z 클릭진단] 망가져야 사는 여배우들…윤은혜-성유리-장나라 ‘수난시대’

기사승인 2011-05-14 14:29:01

[쿠키 연예] SBS 월화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이하 ‘내거해’)와 KBS ‘로맨스 타운’ ‘동안미녀’의 공통점은 뭘까. 일단 외형적으로 볼 때 이번 달 첫 방송을 시작한, 갓 쪄낸 빵처럼 따끈따끈한 미니시리즈라는 게 첫 번째 공통점이고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윤은혜, 성유리, 장나라가 가수 이력을 지닌 배우라는 점이 두 번째 공통점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여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다 중요한 세 번째 공통점. 한강에 빠지는 건 기본이고 아스팔트에서 대자로 뻗어 얼굴을 뭉개는 건 생활, 치마가 찢어져 속옷 바람이 되는 건 애교다. 세 배우의 ‘수난일지’를 살펴봤다.

◇‘내거해’ 윤은혜 “망가져도 귀여운 5급 공무원 봤나요?”

걸 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진즉에 뗐을 만큼 로맨틱 코미디계의 ‘샛별’로 평가받는 윤은혜가 돌아왔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내거해’에 문화체육관광부 5급 공무원 ‘공아정’으로 출연 중이다. 추진력 좋고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의욕부터 앞서 일을 그르치는 인물이다. 고교 시절 경쟁자였던 ‘유소란’(홍수현)을 만나면서 일이 더 꼬인다. “네가 어떻게 나를 이겨? 네 분수를 알아” 자신을 무참히 짓밟는 ‘유소란’의 말에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도도하고 콧대 높은 남자 ‘현기준’(강지환)을 자신의 남편이라고 속인 것. 우연히 시작된 거짓말이 ‘핑크빛 로맨스’로 부풀어간다.

윤은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아정’ 캐릭터를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전북 고창 읍성에서 치러진 세계관광장관회의를 진행하던 중 벌떼의 습격에 줄행랑을 친다. 행사를 망쳐 상사에게 혼난 뒤 기분 풀자고 나이트클럽에 가서는 알코올 쇼크로 생면부지의 남자 ‘현기준’(강지환)에 안겨 기절하는 푼수 짓도 범한다. “‘현기준’과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는 루머에 휩싸이자 사태를 수습하자며 ‘현기준’을 한강으로 불러내 오리 배를 타더니 물에 빠진 사람 구한답시고 강에 뛰어드는 그녀다. 하지만 마스카라 번진 눈으로 ‘현기준’을 노려보는 귀여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윤은혜에게 ‘망신 종결자’라는 애칭을 붙여 주며 사랑하고 있다.

‘로맨스 타운’ 성유리 “핑클 시절 요정은 잊어주세요”

카메라 앞에서 예쁜 표정을 짓는 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국어책을 읽듯 서툰 감정 표현력으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걸 그룹 핑클 출신 ‘원조 요정’ 성유리, 그가 달라졌다. 판에 박힌 웃는 표정을 버리고, 일그러지고 성난 얼굴로 억척녀 ‘노순금’을 소화하고 있다. “성유리를 보면 노순금이 보인다”는 시청자 호평이 쏟아질 정도로 괄목할 만한 연기 성장을 과시하는 중이다.

성유리는 극중에서 엉뚱하고 기운 센 여자 ‘노순금’ 역을 십분 소화하며, 굴욕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음식점에서 그릇을 치우다 손님이 남기고 간 고기를 손으로 냉큼 집어 먹는가 하면,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자장면을 허겁지겁 먹다가 입가에 자장을 묻히기 일쑤다. 미국에서 돌아온 ‘건우’(정겨운)를 마중가기 위해 뛰던 노순금은 구두 굽이 부러지면서 아스팔트 위에 대자로 넘어졌다. ‘건우’의 눈을 피해 개집에 들어가 숨을 죽이는 연기도 불사했다. 시청자는 한층 자연스러워진 성유리의 ‘코믹 연기’에 큰 관심을 보이며,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안미녀’ 장나라 “댜오만 공주는 어디로…”

드라마 ‘댜오만 공주’ 시리즈로 중국 대륙을 평정한 가수 겸 배우 장나라. 지난 2005년 드라마 ‘웨딩’을 끝으로 중국 활동에 집중했기에 국내에선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들었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 ‘동안미녀’다. 고졸에 신용불량자인 서른넷 노처녀 ‘이소영’, 내세울 것이라곤 20대로 보이는 동안미모 뿐이다. 장나라가 ‘이소영’ 역을 맡게 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중은 “드라마 캐릭터와 딱 맞는 싱크로율”이라며 기대어린 반응을 보였다. 30대 초반이지만 20대로 보이는 이소영처럼, 장나라의 실제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안미녀를 부각시키는 콘셉트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장나라는의 좌충우돌 수난은 윤은혜, 성유리의 활약을 넘어선다. 패션회사 MD(구매담당자)인 ‘진욱’(최다니엘)의 부탁으로 샘플 원피스를 입고 소개팅에 나갔다가 급한 호출에 옷을 뺏기고, 청소하는 사람의 옷을 빌려 입는 것으로 수난은 시작됐다. 휴대전화를 찾으러 갔다 비를 쫄딱 맞는 청승 연기는 1단의 수난. 철부지 동생 ‘소진’(오연서)을 대신해 나간 피팅모델 아르바이트에서 치마가 벗겨져 팬티가 그대로 노출되는 굴욕은 2단 수난. 밋밋한 가슴을 지적받으며 “패드 좀 넣고 다니라”는 면박은 3단, 패션회사 사장 ‘승일’(류진)이 내뱉은 “요즘 아동복도 런칭하냐”는 말은 시쳇말로 ‘동안 굴욕의 종결’이다.

여배우들 첫 회부터 굴욕 연기, 왜?

성유리, 장나라, 윤은혜는 첫 회부터 ‘굴욕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왜 굴욕 연기를 강행하게 됐을까. ‘반전’의 묘미를 위해서다.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들의 ‘거칠고 엉뚱한’ 모습은 반전의 재미를 주며, 앞으로 진행될 극 전개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가 시청자의 사랑을 불러온다는 사실도 여배우들의 굴욕 연기를 부추긴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온 여성 캐릭터에게 감정이 동화되기란 어렵다.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며, 서민의 향기를 풍기는 캐릭터를 내세우는 게 아무래도 시청자의 마음을 얻는 데 용이하다.

인기도 얻고, 눈길도 끄는 여배우들의 ‘굴욕 연기’ 퍼레이드. 시청자로부터 가장 높은 호응을 얻는 ‘굴욕 1인자’는 누가 될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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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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