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제5의 메이저 골프대회로 불리는 미 프로골프(PGA)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를 늪에 빠뜨려 곤경에 처한 선수를 한 팬이 직접 나서 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작은 늪에도 악어가 우글거리는 플로리다주 대회장 환경때문에 사고 우려도 있었지만 이 팬은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드라이버 구출(?)에 성공했다.
프로골퍼 마이클 브래들리(45·미국)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베드리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7번홀에서 티샷 후 드라이버를 늪에 빠뜨렸다. 스윙을 한 뒤 공이 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드라이버를 손에서 놔 버리자 이 골프채는 공중에 붕 뜨더니 티샷 에이리어 옆 워터해저드에 빠져버렸다.
브래들리는 물에 빠진 이 드라이버를 건져내지 못할 경우 나머지 홀을 드라이버 없이 라운딩해야 하는 엄청난 핸디캡을 안게 되자,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세계 정상급의 쟁쟁한 실력자들이 대거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첫 날부터 실수로 망친 경기를 최종 4라운드까지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 상위권 선수가 아닌 브래들리에게는 이번 실수가 절체절명의 위기나 다르지 않았다.
악어가 서식하는 플로리다 지역인 탓에 누구도 선뜻 늪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때 갤러리들 속에서 노만 제라드 메리치라는 이름의 남성이 브래들리의 구원자로 나섰다. 선수와 캐디, 대회 관계자들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다 못해 직접 나선 것이었다.
그는 약 2m 높이의 난간 아래 늪에서 둥둥 떠다니는 브래들리의 드라이버를 다른 골프채로 건져 올리기 위해 팔을 뻗었으나 여의치 않자 직접 난간 벽을 붙잡고 내려가는 용기를 발휘했다. 그도 위험천만한 상황에 긴장했는지 조금은 팔과 다리를 떠는 듯 보였으나 몇 차례 시도 끝에 드라이버를 건져 올리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중계방송 해설자도 “천재다”라며 그의 용기와 지혜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브래들리는 감사의 뜻으로 그에게 싸인 장갑을 선물했다. 자신의 활약이 ‘미국 야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에 소개되며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것도 그에게 주어진 보상이다. 브래들리는 그러나 대회 이틀 만에 중간합계 145타로 컷 탈락하며 팬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