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쯤엔 다시 한 번 토크쇼 하고파”
[쿠키 영화] 활짝 웃으면 부챗살처럼 눈가에 잡히는 깊고 진한 주름. 그 깊이만큼이나 한국영화계에 깊숙이 발을 담그며 세월을 보낸 배우가 있다. 바로 박중훈(45)이다. 한국영화의 암흑기였던 1980년대 영화 ‘깜보’로 데뷔해 다양성이 공존하는 현재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40대 중반의 배우 중에서 박중훈만큼 20여 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녹슬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가 이번에는 형사로 돌아왔다. 경찰들의 실적 세계를 다룬 ‘체포왕’에서 서울 마포경찰서의 ‘실적왕’이자 살아 있는 전설인 ‘황재성’ 역으로 출연했다. ‘투캅스’(1993)부터 ‘투캅스2’(1996) ‘아메리칸 드래곤’(1998)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강적’(2006) ‘체포왕’까지 벌써 여섯 번째 형사 도전이지만, 그에게는 신선한 캐릭터로 다가온다고.
“아무리 형사 역할이라고 하지만 저마다 다른 사연이 있잖아요. ‘체포왕’에서 황재성은 또 다른 형사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어 하는 인물이에요. 아픔과 고민이 있는 캐릭터, 사연이 있는 인물이기에 기존의 형사 캐릭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중훈은 관객들이 한 말 중에서 “‘투캅스’ 시절 안성기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가장 듣기 좋다고 털어놨다. 사실 누구의 연기를 닮았다는 표현은 배우로서는 썩 반가운 칭찬이 아니다. 게다가 박중훈은 연기 경력 25년 차다. 안성기 선배와의 비교를 흐뭇해하는 그만큼 상대에 대한 존경이 느껴졌다.
“‘황재성’이라는 인물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알고,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있죠. ‘투캅스’ 때 안성기 선배가 맡았던 ‘조 형사’랑 많이 닮았어요. 안성기 선배랑 ‘투캅스’를 찍었던 시절에 전 20대였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혈기 왕성한 신참내기 ‘강 형사’로 출연했죠. 20년이 지나 정반대의 역할을 맡게 됐는데,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안성기 선배랑 많이 닮았다고 얘기해 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저에게는 최고의 칭찬이거든요.”
지난 25년 동안 41편에 출연하면서 스크린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박중훈. 그에 비해 TV 나들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드라마는 지난 1993년 방송된 SBS ‘머나먼 쏭바강’ 이후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다. 드라마 촬영을 꺼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물론 드라마를 하게 되면 국민적 인기를 얻는 데 용이하겠죠. 제가 인기에 연연하는 사람이었다면 영화보다 드라마에 집중했을 텐데요. 전 인기보다는 제 연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제 연기를 드러내는 데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더 잘 맞았고요. 영화는 기본적으로 바스트샷(Bust Shot·가슴 윗부분을 촬영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드라마는 풀샷(Full Shot·전신을 촬영하는 것) 위주로 가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는 저의 세세한 표정 연기나 행동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걸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게 제가 영화에만 집중하게 된 가장 큰 이윱니다.”
브라운관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도 있다. 지난 2008년 12월 14일 첫 방송된 KBS 토크쇼 프로그램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과 운이 닿지 않았던 일이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데 실패하면서 방송 4개월 만에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다시 한 번 ‘토크쇼’에 도전할 의사는 없을까.
“한 번 경험해보고 나니까 저에 대해 다시 관찰하는 계기가 됐어요. 제가 진행자로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맡아서 그런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그렇다고 토크쇼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진 못했어요. 제가 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60대쯤이 되면 꼭 다시 한 번 토크쇼를 진행할 겁니다. 그때쯤 되면 저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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