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채동하는 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을까

[Ki-Z issue] 채동하는 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을까

기사승인 2011-05-28 14:01:00

[쿠키 연예]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투신자살에 관련된 뉴스가 사그라지지 않은 가운데 비보가 날아들었다. 27일 오전 남성그룹 SG워너비 출신 가수 채동하가 서울 불광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흔적이 없고, 평소 우울증을 앓아 왔다는 매니저 진술에 따라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은 “자살 이유가 없다”며 부검을 요청했고, 28일 오전 부검이 실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확한 부검 결과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000년대 중반 가요계를 점령했던 SG워너비 출신이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았던 톱 가수였기에 그의 사망 소식은 대중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27일 일본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고인의 사망(26일 또는 27일로 추정)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런 까닭에 대중은 그가 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원하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인기가 떨어진 것에 대한 실망감, 솔로 활동에 따른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기복이 심한 활동에 따른 의욕 상실, 우울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채동하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톱 가수였다.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준수한 외모에 노래 실력까지 출중해 ‘팔방미인’으로 통했다. 그가 속했던 그룹 SG워너비는 내놓는 앨범이나 타이틀곡마다 성공했다. 최정상의 자리에서 달콤한 인기를 맛봤다. ‘채동하의 시대’는 그렇게 오래 지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나니 홀로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 것이다. 지난 2002년 솔로 가수로 가요계에 데뷔했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그룹보다는 솔로 활동을 지향했던 사람이었다. 연기 활동에 대한 꿈도 포기할 수 없어 소속사와 멤버들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를 강행했다.

SG워너비 명함을 떼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현실의 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 2008년 뮤지컬 ‘안녕, 프란체스카’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딛었으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다. 1년 뒤 야심차게 솔로 앨범 ‘에세이’(Essay)를 발표했으나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앨범 ‘디 데이’(D-Day), V.O.S 출신의 박지헌과 함께 발표한 싱글 ‘어제 같은데’를 내놓으며 재기를 노렸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그야말로 성공을 위한 쉼 없는 도전이었다.

연이은 도전과 실패, 나날이 추락하는 인기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에게 우울증이 찾아 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6개월 전부터 서울 불광동 인근의 스트레스 클리닉을 다니며 우울증을 치료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담당 의사를 찾아가 불면증을 호소했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했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울증은 현대인의 상당수가 앓고 있는 것이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에게는 쉬쉬 할 수밖에 없는 질병이다. 내성적이었던 고인은 소속사 관계자나 절친한 지인 외에는 누구에게도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놓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9년 앨범 ‘에세이’ 발매 당시 진행했던 인터뷰 일지를 새삼 꺼낸다. 어쩌면 고인은 그때 이미 말 못할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인기그룹에 소속돼 있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전 그런 시선이 이겨내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러워요. 사람들이 절 알아보는 것도 상당히 스트레스 받고요. 조용한 편인데다 두루 사람을 사귀지 못해 친구도 많지 않은 편이에요. 연예인 친구는 거의 없어요. (중략) SG워너비 탈퇴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과 안 좋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렇다고 제가 일일이 다니면서 해명할 순 없잖아요. 오래 꾸준히 활동하면 언젠가는 제 진심을 알아봐 주실 거라 생각해요.”

나날이 떨어지는 인기 그리고 말 못할 외로움. 급변한 환경에 연착륙하지 못하고 홀로 아픔을 삭인 게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살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음악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던 채동하였기에 살아 있다면 더욱 질책하고 싶다. 하지만 고인이 된 지금, 푸른 하늘을 높이 날고 싶어 했던 그에게 안식의 날개를 선물하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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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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