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롤러코스터 같은 프로그램이다. 작게는 ‘탈락’과 ‘잔류’의 갈림길에서 가수들의 희비가 교차한다는 면에서 그렇고, 크게 보면 섭외되느냐 제외되느냐에 따라 인기와 공연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의 변할 수 없는 규칙,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하는 법. 오랜 기간 동안 ‘나가수’에 잔류해 주기를 원할 만큼 황홀한 공연을 선보였던 가수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프로그램을 떠날 때면 시청자의 가슴도 아프다. 하지만 아픔도 잠시, ‘나가수’를 발판 삼아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맹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면 무대를 떠난 아쉬움도 사그라진다.
실제로 ‘나가수’에서 꼴찌의 성적으로 탈락했거나 자진 하차한 가수들이 2011년 하반기를 맞이하는 가요계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가수’로 가요계에서의 판도가 뒤바뀐 가수들을 모았다.
임재범, 가요계 핵으로 급부상
지난달 1일 ‘나가수’에 합류한 임재범은 한 달의 짧은 출연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자신의 노래 ‘너를 위해’(5월 1일 방송)를 비롯해 리메이크한 노래 남진의 ‘빈잔’(5월 8일 방송), 윤복희의 ‘여러분’(5월 22일 방송) 단 3곡으로 가요계를 장악했다. 특히 ‘너를 위해’는 ‘좋은 음악은 대중의 마음을 울린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노래였고, 지난달 13일 방송된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발표 11년 만에 2위에 오르는 ‘기적’을 낳았다.
뿐만 아니다. 매주 일요일 ‘나가수’에서 그의 목청을 타고 나온 노래들은 매주 월요일 온라인 음원사이트 차트를 석권했다. 인기배우 이민호와 박민영을 내세운 SBS 수목드라마 ‘씨티헌터’의 메인 테마곡 ‘사랑’을 부르는 기회도 얻었다.
승승장구하던 중 임시 하차를 선언했다.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소속사의 전언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하차를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나가수’의 후광을 입은 ‘반짝 인기가수’라고 평가했지만 그의 진가는 좀 더 효력을 발휘했다.
‘나가수’ 하차 후 어깨에 날개를 단 듯 고공질주 중이다. 특히 대형 음반기획사 예당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튼 이후 CF, 공연,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공연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남아 음반 시장에서도 콘서트 및 해외 진출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 우선은 오는 25일부터 양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대규모 단독콘서트를 연다. 소속사 관계자는 “계약을 확정했거나 앞두고 있는 것만 해도 20여 개에 이른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발라드의 신’ 김연우, 콘서트 시장 강타
임재범과 같은 날 합류한 김연우도 ‘나가수’를 통해 가창력을 대중적으로 입증 받았다. 김연우는 ‘발라드의 신’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가요 관계자들과 가수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인지도가 약해 대중의 사랑을 크게 받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방송에서 부른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으로 대한민국은 그의 놀라운 가창력을 인정했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가 하면 파괴적 폭발력을 지닌 그의 목소리에 매료됐다. 폭발적 반응은 음원 차트 순위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이트 소리바다에서 5월 넷째 주(5월 22일~5월 28일) 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고정 팬도 늘어났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생애 첫 전국 투어 콘서트라는 값진 열매를 맺었다. 김연우는 오는 24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수원, 대구, 성남 등에서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오는 24일부터 3일 동안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3회 모두 매진이다. 오픈 첫날에는 하루가 가기 전에 표가 동났고, 추가된 2회 공연도 2분 만에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학교수로서도 인기 만점이다. 김연우는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예술학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나가수’ 출연 이후 호감도가 상승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정엽, 중국으로~ CF로~ 영역 확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은 ‘나가수’를 통해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진보적 팔세토(가성) 창법의 소유자, ‘나씽 베러’(Nothing better)를 부른 가수로 유명하긴 했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정엽의 실력은 지난 3월 13일 방송에서 소울 버전으로 부른 주현미의 ‘짝사랑’을 통해 드러났다.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많은 시청자가 환호했다. 원곡자 주현미도 “정엽 때문에 더 이상 ‘짝사랑’을 부를 수 없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을 정도다.
정엽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중국에서도 폭발했다. 지난해 발표한 싱글 ‘위드 유/위드 아웃’(With You/Without You)으로 이미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한 그였지만 ‘나가수’로 다시 한 번 대륙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에는 생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CF를 찍는 행운도 안았다. 주류, 화장품, 전자제품,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CF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백지영 신곡 ‘최고의 사랑’과 승승장구
백지영은 ‘나가수’를 통해 ‘실력파 가수’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탁월한 가창력을 지녔으나 댄스곡과 섹시 댄스로 활약해 온 탓에 ‘섹시 여가수’의 이미지가 짙었다. ‘나가수’ 무대에서는 섹시미를 최대한 절제하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6월 첫째 주 쿠키뉴스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에게 ‘나가수’ 최대 수혜자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백지영은 임재범에 이어 두 번째 수혜자로 꼽혔다. 강일권 위원은 “춤과 가십에 가려져 있었던 가수였다. 감성을 호소력 있게 표현할 줄 아는 보컬이 깊은 인상을 줬다”고 평했고, 김윤하 위원은 “그의 무기가 섹시함만은 아니었다. 이번 출연으로 ‘나는 가수다’를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음반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나가수’를 떠난 백지영은 여덟 번째 정규 앨범 ‘피타’(Pitta)를 선보였다. 타이틀곡 ‘보통’은 성숙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노래다. 수록곡 ‘아이 캔트 드링크’(I can’t drink)는 편곡돼 MBC 인기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에 삽입돼 오는 15일부터 전파를 탄다.
‘나가수’ 출신가수…남겨진 자들의 희망 돼
이처럼 ‘나가수’에 출연했던 가수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뽐낸 가창력을 무기로 승승장구 중이다. 높아진 인지도를 등에 업고 CF 샛별로도 각광받는가 하면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보증수표 덕에 콘서트 시장에서 ‘귀하신 몸’으로 통한다.
‘나가수’에서 하차한 가수들의 맹활약은 현재 출연 중인 가수들에게 핑크빛 미래를 꿈꾸게 한다.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들의 ‘나가수’ 행은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지닌 여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하다못해 1,2차 경연 한 번만 치르고 하차한다 해도 제대로 된 무대만 선보인다면 이후 얻게 될 ‘나가수’ 후광은 크다”며 출연을 반겼다. 가창력을 입증 받는 무대로 시작한 ‘나가수’가 가수들의 ‘한 방 역전’을 보장하는 로또 같은 기회가 되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