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상반기 방송 결산] ‘오디션 광풍’ 껴안은 예능…‘리얼 버라이어티’ 여전히 강세

[Ki-Z 상반기 방송 결산] ‘오디션 광풍’ 껴안은 예능…‘리얼 버라이어티’ 여전히 강세

기사승인 2011-06-18 14:04:05

[쿠키 연예] 지난해 예능 키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올 상반기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강세 속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약진으로 압축할 수 있다.

너도 나도 오디션 제작

지난해 말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2’(이하 ‘슈스케2’)의 대성공은 오디션 열풍의 촉매제가 됐다. 간간이 제작됐던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다소 부진했던 것에 비해 ‘슈스케2’는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후 케이블·지상파 TV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범람 사태가 벌어졌다. 종영했거나 첫 방송을 앞둔 것을 합하면 10여 개에 이른다.

MBC는 ‘슈스케2’가 종영하자마자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으로 재빨리 시동을 걸었다. 짧은 제작 기간에 비해 전국 시청률 20%(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기준)을 넘보는 좋은 성적을 냈다. ‘위탄’의 승승장구는 그간 부진에 시달렸던 MBC 예능 프로그램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면서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제작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일밤’도 7명의 가수들의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신입 아나운서를 공개적으로 채용하는 ‘신입사원’으로 새 단장했다. 지난 3일 종영한 ‘위탄’의 후속으로 배치한 ‘댄싱 위드 더 스타’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영국 BBC 프로그램 ‘스타와 함께 춤을’(Dancing with the stars)의 한국 버전으로 시청률 10% 초·중반의 기록으로 선전 중이다. 오는 8월쯤에는 ‘위탄’ 시즌2를 내놓는다.

‘위탄’의 맹활약은 타 지상파 예능 제작진의 손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SBS는 ‘피겨 스타’ 김연아를 전면 배치해 10명 스타들이 피겨 스케이팅에 뛰어든 ‘키스&크라이’를 제작해 방송 중이다. 시청률은 저조한 편이나 화제를 낳으며 주목받고 있다. SBS는 오는 24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속 연기자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도 준비해 두었다.

KBS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나가수’의 아이돌 버전인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2’)를 제작해 이슈 몰이에 한창이다. 국내·외 스케줄로 인해 출연진이 자주 바뀌는 내홍을 앓고 있지만 아이돌 가수의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아마추어 밴드들의 오디션인 ‘톱밴드’도 이미 방송 중이다.

오는 24일에는 영화 ‘10억’을 연상시키는, 18명의 일반인이 미국 하와이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도전자’로 금요일 심야 시간대를 노린다. 금요일 밤을 장악한 MBC ‘위탄’이나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맞서는 대항마 개념이다.

케이블 TV도 제작 경쟁이 뜨겁다. tvN은 스타들이 오페라로 경쟁을 벌이는 ‘오페라스타’를 기획해 지난달 8일 종영까지 다양한 화제를 낳았다. 현재는 일반인들의 끼를 평가하는 ‘코리아 갓 탤런트’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창업을 소재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부자의 탄생’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슈스케2’로 짭짤한 재미를 본 Mnet은 오는 8월 12일 3탄을 내놓으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소재의 다양화로 왕자 지킨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강자인 리얼 버라이어티도 오디션·서바이벌 광풍에 주춤하는 듯했다. 줄곧 큰 시청률 격차를 두고 주말 예능 프로그램 1위를 지켜 온 KBS 2TV ‘해피선데이’가 ‘나가수’의 맹추격에 흔들리면서 시청률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8일 한 달간의 휴식기 후 재개된 ‘나가수’의 타격은 더욱 커서 10% 이상 벌어졌던 시청률 차이가 5%대로 좁혀졌다. 1위를 수성하기는 했지만 내일이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다.

하지만 ‘해피선데이’는 주저앉지 않았다. 시청률 단속에 들어간 ‘1박2일’ 코너는 외부인을 거의 초대하지 않았던 진행 방식을 깨고 ‘여배우 특집’ ‘명품 조연배우 특집’을 연속 배치하는 초강수를 두어 인기를 회복했다. 여세를 몰아 오는 8월 말에는 일반인을 출연시키는 ‘시청자 투어’ 3탄을 진행할 예정이다.

MBC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도 독특한 아이템을 내놓으며 오디션·서바이벌 열풍에서 살아남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조정 특집’은 멤버들의 훈련 과정을 공개하며 큰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무한도전 연애조작단’은 일반인의 짝 맺어주기 프로젝트로 시청자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로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디션 프로가 건강한 뿌리를 내리려면…

리얼 버라이어티를 위협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 하지만 붕어빵 찍어내듯 고민 없이 제작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졸속 제작된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전 준비 및 사후 조치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17일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상파 TV가 ‘슈스케’의 성공을 바라보며 Mnet이 일궈낸 성과이자 하나의 고유 브랜드를 인정하지 않은 채 안일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면서 “후발주자일수록 독창적 내용으로 프로그램의 발전을 꾀해야 하는데 ‘따라 하기식’ 제작이 돼 버리면서 가장 핫 했던 아이템을 가장 식상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여기 저기 넘쳐나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대책 없이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근절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년간 예능 강자로 군림해 온 리얼 버라이어티도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려면 내면을 다지는 작업에 충실해야 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시청률과 재미를 쫓아 단순한 흥미 위주로 제작되다 보니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제작되다 보면 프로그램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마니아 중심이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 신변잡기식에서 벗어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아이템 찾기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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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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