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올 상반기 드라마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시청자와 마주했다. SBS와 MBC는 히트작이 넘쳐났던 반면 KBS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를 살펴봤다.
SBS ‘시크릿 가든’ ‘싸인’ ‘신기생뎐’으로 안방 점령
SBS는 스타 제작진의 덕을 봤다.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등을 만든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를 내세운 ‘시크릿 가든’으로 소위 대박이 났다.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지난 1월 16일까지 방영된 ‘시크릿 가든’은 재벌남 김주원(현빈)과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주원앓이’는 종영 후 오랫동안 시청자를 따라다녔고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의 인기는 여전하다.
‘시크릿 가든’의 인기 바통은 임성한 작가가 받았다.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마님’ 등을 통해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임 작가는 차기작 ‘신기생뎐’으로 주말 오후 9시50분대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늘 그러했듯 방영 초반 비현실적 극 전개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뒷심을 발휘 중이다. 지난 21일에는 전국시청률 21.7%(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기준)를 기록해 일일시청률 1위에 올랐다. 갈등 구조가 심화되는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어 시청률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극 전개가 돋보였던 ‘싸인’도 안방극장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5일부터 3월 10일까지 방영된 ‘싸인’은 초반 시청률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은폐된 사건의 진실을 캐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면서 상승 탄력을 받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통일성 있는 극 흐름으로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MBC ‘로열패밀리’ ‘최고의 사랑’ ‘내 마음이 들리니’로 날다
MBC는 수목극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일부터 4월 28일까지 방송된 ‘로열패밀리’는 소년원 출신의 변호사(지성)와 JK 가문의 둘째 며느리(염정아)의 이야기로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염정아는 입체적 캐릭터 김인숙 역을 능숙하게 소화해 연기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로열패밀리’의 인기는 ‘최고의 사랑’이 물려받았다. 톱스타 독고진(차승원)과 한물간 스타 구애정(공효진)의 사랑 이야기는 16일 방송분에서 17.9%를 기록, 평일 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독고진의 대사와 툭툭 내뱉는 말투도 유행하고 있다. ‘시크릿 가든’과 더불어 상반기 인기 로맨스물로 등극했다.
SBS ‘신기생뎐’과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도 15%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다. 지난 4월 2일부터 방영 중인 ‘내 마음이 들리니’는 막장드라마 속에 피어난 ‘무공해 드라마’라는 애칭을 얻으며 사랑받고 있다.
정보석, 황정음, 김재원, 남궁민, 이혜영, 송승환 등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특히 정보석은 지난해 종영한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악인 조필연 역으로 ‘미친 연기력’을 보여 준 것과는 정반대로 3급 지적 장애인이자 순수한 성격의 봉영규로 180도 변신했다. 지난해 종영한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걸 그룹 슈가 출신의 황정음도 ‘씩씩한 캔디’ 봉우리 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군 제대 후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재원은 청각장애를 가진 차동주 역으로 부드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남궁민은 아픔을 간직한 장준하 역으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KBS ‘드림하이’ ‘동안미녀’로 체면 유지
SBS와 MBC의 드라마가 선전했던 것과 달리 KBS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다. 송일국을 내세운 형사들의 이야기 ‘강력반’(3.7~4.26 방송)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SBS ‘마이더스’나 MBC ‘짝패’에 크게 밀렸다. 키이스트의 배용준과 JYP 수장 박진영이 뛰어든 ‘드림하이’(1월 3일~2월 28일)와 현재 월화극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동안미녀’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수목극장은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지난해 12월 15일 첫 방송된 ‘프레지던트’부터 ‘가시나무 새’, ‘로맨스타운’까지 줄줄이 쓴맛을 보고 있다. KBS 드라마 제작진은 수목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오후 8시대에 방영돼 평균 25~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해 온 KBS 주말극도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사랑을 믿어요’는 초·중반 억지 설정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반기 패권은 누가 쥘까
하반기에도 다양한 내용의 드라마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지상파 3사의 하반기 라인업을 살펴봤다.
MBC는 오는 29일 ‘최고의 사랑’ 후속으로 ‘넌 내게 반했어’를 방송한다.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호흡을 맞췄던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배우 박신혜가 꿈을 향해 질주하는 젊은이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현재 방송 중인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후속으로는 ‘애정만만세’가 대기 중이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자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그릴 예정인데 남자 주연배우 재희와 정석원의 연이은 하차로 적신호가 커졌던 터라 악재를 딛고 일어날지가 관심사다. ‘상도’ ‘다모’ ‘주몽’에 이은 MBC표 사극 드라마도 탄생한다. 백제시대 계백 장군에 초점을 맞춰 다음 달 첫 촬영 분량을 공개한다.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룬 드라마 ‘빛과 그림자’도 다음 달 첫 선을 보인다.
SBS도 굵직한 작품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후속으로 다음달 4일 ‘무사 백동수’가 방송된다. 협객 백동수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로 KBS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라’로 큰 인기를 모은 배우 지창욱이 나선다. ‘신기생뎐’ 후속으로 다음달 23일 방송되는 ‘여인의 향기’에는 배우 김선아가 출격한다. 부당한 대우를 참으며 살아가는 노처녀 말단사원의 이야기다. 새 수목극 ‘마지막 여비서’도 마련했다. 여비서와 훈남 상사의 사랑이야기다. 최강희가 여주인공 역할에 캐스팅돼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최고의 사랑’에서 감초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베이비복스 출신 이희진도 출연한다. 이정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뿌리 깊은 나무’는 오는 9월 28일 첫 방송된다. 훈민정음 반포 7년 전 집현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사건을 다룬다. 배우 한석규, 장혁, 신세경이 출연한다. 특히 한석규는 MBC 드라마 ‘사랑과 전쟁’ 이후 1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통일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한반도’를 내보낸다.
KBS는 ‘로맨스타운’ 후속으로 다음달 20일 ‘공주의 남자’를 방송한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비극적 관계를 담는다. 배우 문채원과 박시후가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동안미녀’ 후속으로는 배우 한예슬, 에릭, 이진욱을 내세운 ‘스파이 명월’이 나선다. 북한 미녀 스파이(한예슬)와 한류스타 남자 배우(에릭)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 다음 달 11일 첫 방송된다. 재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는 ‘영광의 재인’도 오는 오는 9월 전파를 탄다. 지난해 5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제빵왕 김탁구’의 이정섭 PD와 강은경 작가가 다시 한 번 손을 잡는다.
하반기 드라마 전쟁에서 MBC와 SBS가 강세를 이어갈지 KBS가 새로운 강자로 안방극장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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