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플레이’ 남다정 감독 “메이트랑 영화 찍으며 저도 훌쩍 컸죠”

[쿠키人터뷰] ‘플레이’ 남다정 감독 “메이트랑 영화 찍으며 저도 훌쩍 컸죠”

기사승인 2011-06-21 11:34:00

[쿠키 영화] 김기덕 감독이 제작에 뛰어든 한국영화 ‘풍산개’(23일 개봉)와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한 외국영화 ‘트랜스포머3’(29일 개봉)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충분한 영화가 있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음악영화 ‘플레이’이다. 남다정(32) 신인 감독이 각본과 연출로 두 몫을 했고 3인조 밴드 메이트의 정준일(29), 이현재(24), 임헌일(29)이 자신들의 음악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나섰다.

남 감독이 ‘플레이’를 만들게 된 건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영화과를 졸업하고 2년 동안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낙방의 쓴맛을 본 뒤였다. 한 영화 제작사로부터 신예 밴드의 경험담을 스크린에 옮겨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남 감독은 주인공이 메이트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일주일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메이트의 음악에 끌려 ‘저 친구들 누구지?’ 호기심을 가졌던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 감독과 메이트는 운명처럼 만났고 멜로디와 가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노래가 참 좋아서 눈길이 갔던 친구들이었어요. ‘우리나라에 저런 밴드가 있었나’ 할 정도로 감성을 건드리는 달콤한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가 좋더라고요. 그런 친구들과 영화를 찍게 될 줄이야…(웃음). 메이트와 처음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도 다큐멘터리로 갈지 실험극으로 갈지 계획이 서지 않았어요. 서로 어떻게 살아 왔는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갈지 고민했습니다.”

꾸밈없는 삶을 가공된 이야기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지난 2009년 10월쯤 나온 초고는 철저히 실패작이었다. 이야기가 영화에 사실적으로 묻어나지 않았다. 메이트도 “실제 모습보다 과대 포장된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남 감독은 과감히 초고를 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메이트도 유년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글로 적으며 모든 것을 털어놨다. 미완성된 곡까지 들려주며 남 감독에게 좀 더 속내를 보여 줬고 그들은 어느새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알아 가는 게 어색하고 힘들더라고요. ‘솔직해지자’ 약속하고 조금씩 속마음을 드러냈죠. 서로의 아픔을 알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급속도로 친해졌어요. 촬영 초반에는 감독인 저와 카메라를 의식해 표정이나 연기가 딱딱했는데 서로 익숙해지니까 점점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더니 유쾌하고 즐거운 작업이 됐습니다.”

‘플레이’는 메이트의 감동 실화가 탄생한 지난 2009년 1월 17일을 비중 있게 다뤘다. 당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영화 ‘원스’의 남녀주인공 스웰시즌의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소속사가 없었던 무명 밴드 메이트는 로비에 악기를 설치하고 버스킹 공연(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에서 하는 공연)을 시도했다. 메이트의 음악에 관객이 하나 둘 취하고 스웰시즌의 글렌 한사드도 빠져들었다. 이날 메이트는 즉석에서 스웰시즌의 손님으로 초청받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메이트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는 글렌 한사드와의 감동적 만남에 있었죠. 이 만남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당시 글렌 한사드가 메이트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장면은 실제 촬영된 것으로 사용했고요. 부가적으로 필요한 영상은 당시 상황을 재현해 거의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연출했습니다. 이 장면을 위해 200여 명의 메이트 팬들과 스태프의 지인들이 동원됐어요. 화면의 각도나 느낌이 실제로 촬영된 영상과 이어지는 부분에서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다행이고요.”

“글렌 한사드를 만나기 전까지, 메이트가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촬영했습니다. 메이트와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훌쩍 큰 느낌이에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메이트가 무대로 나가기 위해 힘차게 걷는 모습은 제가 ‘플레이’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느낌과 흡사해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해 촬영하는 동안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을 메이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저도 ‘메이트가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건 사실이에요.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촬영에 임해 줘서 감사해요. 이번 영화는 메이트가 없었다면 절대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단지 메이트가 주인공이라서 그런 건 아니에요. 자신의 삶을 꾸밈없이 풀어 내 줌으로써 우리 영화가 존재하게 된 이유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트의 깊이 있는 멜로디와 진솔한 이야기가 관객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으면 합니다.”

남 감독은 영화 ‘플레이’가 어두운 터널 같은 인생에서 희망을 꿈꾸며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불빛이 되기를 소망했다. “남보다 느리게 걷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목표했던 꿈에 다가간 메이트처럼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감동이 돼 희망을 안고 극장 밖으로 빠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