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블루칩] 우리 “성장통 앓은 만큼 배우로서 단단해졌죠”

[Ki-Z 블루칩] 우리 “성장통 앓은 만큼 배우로서 단단해졌죠”

기사승인 2011-08-27 13:02:00

[쿠키 연예]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란 ‘꼬마 모델’은 어느 새 어른이 됐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성인 연기자로 첫 발을 디뎠지만, 오랜 경력으로 인해 아직도 그의 나이를 20대 중반 이나 반대로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모든 아역 스타들이 그렇듯이 우리(20·본명 김윤혜) 또한 사춘기 시절 크나큰 성장통을 앓았다. 물 흐르듯 완성될 것 같았던 연기자로서의 도약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나비가 되기 위한 몸부림은 혹독했으나 돌이켜보면 인고의 시간은 때론 약이 됐다.

지난 2002년 패션지 보그걸의 표지 모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우리는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각종 화보를 통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여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나이 또래에서 보기 힘든 신비한 느낌을 지녔던 그는 패션지에서 가장 탐내는 모델이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은 묘한 매력을 내뿜고 있었는데, 때문에 신비소녀라는 수식어가 일찌감치 따라다녔다.

“첫 데뷔는 ‘뽀뽀뽀’였어요. 당시 저는 그냥 뒤에서 다른 친구들과 춤만 추고 동작을 따라하는 아이였어요. 어느 날 연기를 하는 친구가 펑크를 내서 대타로 하게 됐는데 그게 사람들 눈에 띄었나 봐요. 그때부터 잡지 화보 촬영이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대요. 워낙 어릴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도 제가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죠.”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그는 배우로서의 변신을 꾀했으나 녹록치 않았다. 첫 드라마 도전이었던 청소년 드라마는 조기 종영됐고, 이로 인해 날개를 펼쳐 보이기도 전에 주저앉게 되는 아픔을 맛봤다. 성인 연기자로서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가 처음인 셈이니,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이 훌쩍 넘는 그간의 경력은 이제 신인 연기자로 이름을 알린 지금에서는 그저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어릴 때의 기억들은, 대부분 촬영장에서 조명을 바라보고 있던 장면이 많아요. 학교와 집, 촬영장이 제 활동 동선의 전부였죠. 수학여행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련회에 참석하면서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우리는 ‘넌 내게 반했어’에서 박신혜와 정용화 등과 함께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우리가 맡았던 한희주 역은 까칠한 엄친딸로, 부유한 집안 환경에 독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욕심이 많지만, 내면은 한없이 여린 캐릭터였다.

“청소년 드라마를 제외하면 이번 드라마가 저의 데뷔작이나 다름없어요. 좋은 스태프와 선배 연기자 분들과 함께 하고 많은 예쁨을 받아서 행복했죠. 특히 표민수 감독님과 함께 했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어요. 첫 미팅 때는 너무 긴장하고 떨렸는데 호랑이 같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따뜻한 목소리를 지니셔서 놀랐었죠. 함께 작업하면서 더 팬이 됐어요. 몇 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자신감이 다시 회복됐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자신감,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겨준 작품이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집중과 몰입하는 법을 배웠다”며 “캐릭터를 잘 표현해 시청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앞으로 연기자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패션 화보를 통해 누구보다 트렌드를 먼저 알았지만, 의외로 옷에 대한 욕심은 없는 편이다. 예쁜 원피스 등 화사한 옷차림보다는 셔츠와 청바지 등 편안하고 캐쥬얼한 옷을 즐겨 입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전혀 못해 평소에는 ‘생얼’로 다닌다. 성격 또한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밝고 명랑하다.

“성격이 되게 발랄해요. 신비소녀와는 거리가 멀답니다. 누구나 처음 만나면 금방 친구가 되죠. 아직도 제가 도도하고 새침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으신데, 나중에는 ‘오해해서 미안하다’ ‘이렇게 털털할 수가!’라고 하세요.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많이 작업을 해 온 터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익숙함도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아이돌 가수 등 일찍 연예계에 데뷔해 이미 10대 때부터 사회 활동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경험자로서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요. 일찍 활동을 시작해 좋은 점은, 고민이 생기면 또래들보다 대처가 빠르다는 거예요. 어른들과 함께 하다 보니 판단 능력이 좋아지는 거죠. 대처도 빠르고 힘든 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걸 알게 돼요. 예의도 일찍 배우고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터득하게 되죠. 몰라도 되는 것을 알게 되고 정작 알고 싶은 것은 모른 채 성장하게 돼요. 저처럼 촬영장이 편하고, 매사에 일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힘든 사춘기를 보낼 수도 있겠죠.”

우리는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님과 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나이가 11살 차이나는 언니는 부모님보다 더 각별한 사이다. 부모님보다 언니에게 용돈을 받은 기억이 더 많을 정도다. 이제 막 9개월 된 조카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각종 선물 공세는 물론 최근에는 직접 바느질해 만든 정성이 가득 담긴 인형도 만들어줬다.

아직도 우리를 두고 유명한 패션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수많은 화보 촬영을 하면서도 정작 런웨이에는 서보지 못했다. “꼭 한번 런웨이에 서보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어떤 역이나 잘 소화하는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연기자로서의 또 다른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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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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