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 첫 장을 열어 지금까지 써내려가고 있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묵직한 성공신화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제 또 한 명의 ‘캡틴 박’이 ‘제2막’에 도전한다. 박지성으로부터 한국대표팀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박주영(26·아스널·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지성이 직접 밝힌 3년 뒤 은퇴 시점까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제2차 성공시대를 열어야한다는 특명은 박주영이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의 발끝에 작게는 후발주자들의, 크게는 한국축구의 미래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캡틴 박’의 성공신화, 또 한 명의 ‘캡틴 박’이 열까
박지성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다. 2005년 7월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하며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금까지 9명의 한국인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박지성 만큼 세계 수준에 다가간 선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2005년 8월 토트넘 핫스퍼에 입단한 이영표(34)는 세 시즌 만인 2008년 잉글랜드에서 떠났다. 이동국(32·전북·2006~2008년 미들즈브러)과 김두현(29·경찰청·2008~2009년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 조원희(28·광저우·2009년 위건 애슬레틱)도 영국 땅을 오래 밟지 못했다.
설기현(32·울산 현대)의 경우 2004년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입단하며 박지성보다 빨리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진출했다. 그러나 당시 울버햄튼은 하부리그 팀이었다. 설기현은 2006년에서야 레딩 유니폼을 입으며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고 2008년 풀럼으로 옮긴 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임대 등을 거쳐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자리 잡으며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젊은 피’ 이청용(23·볼튼 원더러스)과 지동원(20·선더랜드)은 소속팀이 중위권에서 맴도는 탓에 박지성 만큼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박주영의 경우는 다르다. 맨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의 선택을 받으며 성공까지의 거리를 한 걸음에 좁혔다. 박지성 이후 오랜 공백에 빠질 뻔했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가장 확실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비록 아스널이 올 시즌 들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맨유, 첼시, 리버풀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빅4’로 분류된 저력의 강호라는 점과 아직 시즌 초반이어서 반격 기회가 많다는 점은 박주영에게 기회다.
출전 기회를 잡을 때마다 확실한 인상을 남기고 팀 순위까지 상승한다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두 번째 성공신화는 또 한 명의 ‘캡틴 박’ 박주영의 발끝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탐색은 끝났다’…두 경기 쉰 박주영, 데뷔전은 언제?
박주영은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인 8월31일 아스널 입단을 확정했다. 입단 후 아스널의 첫 경기인 10일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와 두 번째 경기인 14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잇따라 교체 명단에 올랐다.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지만 벤치에서 소속팀의 조직력과 움직임 등을 탐색했다. 17일 블랙번 로버스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는 박주영의 잉글랜드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체 출전 가능성이 높지만 ‘깜짝’ 선발 출전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포지션이다. 전문가들은 박주영이 아스널의 쓰리톱 공격진에 포함될 경우 안드레이 아르샤빈(30·러시아), 제르비뉴(24·코트디부아르) 등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즌 초반에는 이들과 서로의 대체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선수단 체력이 고갈되는 시즌 중반부터는 선발 출전 횟수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주전 경쟁 구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되지만 아스널의 현재 전력으로 볼 때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아스널이 박주영을 활용할 공간은 많다. 쓰리톱의 왼쪽 공격수로 기용될 경우 아르샤빈, 제르비뉴와 경쟁해야 하지만 현재 팀 전력으로 볼 때 박주영은 분명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해설위원은 박주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결코 만만하지 않은 프랑스 프로축구에서도 성공을 보여줬다. 잉글랜드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