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진단] 의학 드라마의 성공에는 법칙이 있다?

[Ki-Z 방송진단] 의학 드라마의 성공에는 법칙이 있다?

기사승인 2011-10-22 13:22:00

[쿠키 연예] 의학 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거의 매회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드라마 속 의사는 개인의 명성과 이익을 구하는 대신 의사로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하고, 반대로 환자보다 병원 내의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남녀 주인공들은 병원에서 근무하다 서로 사랑이 싹트기도 하고, 이로 인해 갈등과 음모에 휘말리기도 한다.

의학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것은, 전문직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다 병원 내의 희노애락을 통해 보편적 인간사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멜로나 불륜, 출생의 비밀 같은 천편일률적이었던 드라마의 소재와는 차별화된 신선함을 갖추고 있었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보여주며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또한 의료 용어를 설명해주는 자막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학적 지식을 접하게 되고,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 것 또한 의학 드라마의 매력으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의학 드라마의 시초로 1994년 종영한 MBC ‘종합병원’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전에도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는 존재했지만, 본격적으로 병원을 배경으로 하며 의사들의 일과 사랑을 사실적으로 다룬 것은 ‘종합병원’이 처음이었다. 외과 병동 의사들의 삶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당시 최고시청률 40%를 넘으며 큰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신은경과 김지수, 구본승 등의 스타를 발굴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1997년 MBC ‘의가형제’가 바톤을 이었다. 의사 형제와 연인들이 겪어야 하는 삶과 죽음의 모습을 통해 가족 및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로, 장동건과 이영애, 손창민, 신주리 등을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듬해에는 안재욱과 김희선 주연의 ‘해바라기’가, 2000년에는 감우성, 이승연 주연의 SBS ‘메디컬 센터’가 방송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러브 라인에만 초점이 맞춰지며 의학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었다.

제2의 의학드라마 부흥기를 열었던 드라마는 MBC ‘하얀 거탑’이다. 기존의 의학 드라마들이 남녀 간의 애정과 갈등을 다루는 공식을 깨고 병원 내의 권력과 비리를 정면을 다뤄 주목을 받았다. 의사들은 병원 내에서 진료보다는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는 것에 더욱 촉각을 세웠고, 일부는 제약회사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사회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라인 타기’와 ‘밀어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그 뒤를 이어 2007년 이범수, 이요원 주연의 SBS ‘외과의사 봉달희’가 의학 드라마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방의대 출신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봉달희가 초년병 의사로서 겪는 여러 사건과 환자들, 삶과 죽음, 보람과 좌절, 갈등과 극복 등을 통해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해 가는 내용을 그렸다. 2008년 종영한 지성과 김민정 주연의 ‘뉴하트’는 의학의 꽃이라 불리는 외과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힘든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무엇보다 타 대학 출신에 대한 차별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에도 두 개의 의학 드라마가 이러한 명성의 계보를 잇겠다는 포부다. KBS 새 월화드라마 ‘브레인’과 MBC 토요 드라마 ‘심야병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5일 첫 방송한 ‘심야병원’은 아내를 잃은 의사가 살인범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잡기 위해 병원을 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총 5명의 감독이 2편씩 연출을 맡아 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형식으로 기획됐다. 여주인공 류현경은 외과의사 홍나경 역을 맡아 엉뚱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호평 받고 있다. 아내를 잃은 외과의사 허준(윤태영)이 살인범을 잡기 위해 심야에만 문을 여는 병원을 열고, 홍나경이 이 병원에 들어오면서 사건들이 시작된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미드를 압도하는 드라마’라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수많은 의학 드라마가 TV 전파를 탔지만, KBS는 올해가 처음이다. 신하균, 최정원 주연의 ‘브레인’은 대학병원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내용으로, KB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다루는 정통 메디컬 드라마다. 타사에 비해 늦은 출발인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세트장에서 만난 ‘브레인’ 관계자는 “세트장과 장비 등에 무려 40억 원을 투입했다”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10억 원이 넘는 의료 장비 등 실제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구를 그대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첫 의학 드라마인 만큼 타사에 비해 2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세트장을 구현했다. 세트장은 무려 800평. 실제 병원을 방불케 하는 규모와 실감나는 인테리어는 실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뇌’를 집중 조명한다. 배우 정진영은 “드라마를 촬영하다보니 뇌에 생기는 병들이 굉장히 신기한 것이 많더라”라며 “비극인데도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학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높은 제작비나 인기 배우의 출연보다 기존의 의학 드라마를 답습하는 식이 아닌 새로운 포맷을 구축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상한 연애담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 고유한 이야기를 잘 담아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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