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신공(신나는 공격) 축구’ 성남일화 소속 선수가 서포터스와 한밤중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격양된 어조로 말다툼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수비수 홍철(22)이 지난 3일 밤 출전한 소속팀 성남의 경기에서 승리를 놓친 뒤 자신의 트위터(@hongchul22)에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홍철은 “승리하기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면 이번에도 이기지 못했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축구 전문가처럼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누구보다 아쉬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라며 “이제 이깁시다”라는 말로 팀 동료들을 격려했다.
성남은 이날 호주 고스퍼드 블루텅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센트럴코스트(호주)와 1대 1로 비겼다. 홍철은 0-1로 뒤진 후반전에 교체 출전,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데 힘을 보탰으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지는 못했다.
올해 프로축구와 챔피언스리그 등 8경기에서 단 1승(4무3패)만 올린 성남이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자 서포터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실망감을 어루만지기는커녕 비꼬는 듯한 홍철의 발언은 서포터스를 자극했다. 홍철의 트위터 글은 곧바로 서포터스와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한 성남 서포터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한 사람들 중 다수는 성남 팬이다. 학창시절이나 20~30대를 성남만 바라보고 산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비판할 자격이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너는 단지 이 순간 선수들에게 욕한다는 이유로 그(비판적인) 사람들을 부정했다. 프로의 자격이 없다. 선수는 언제든 성남에서 떠날 수 있지만 우리(서포터스)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서포터의 글에는 성남에 대한 오랜 애정이 묻어났으나 ‘너’라는 표현 등 공격적 어조로 홍철의 심기를 긁었다. 홍철은 “왜 반말을 하느냐. 기분 나쁘다”고 반박하자 해당 서포터는 “우리 기분이 더 나쁘다”고 응수했다.
홍철은 서포터스에게 사과하는 듯 하더니 “홈경기를 뛸 때마다 느끼는 데 관중이 너무 없다. 많이 불러 달라”며 다시 서포터스를 자극했다. 이에 일부 서포터스가 “그렇다면 관중이 많은 팀으로 떠나라”며 항의했고 홍철과 서포터스는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홍철은 4일 오전 0시쯤 “생각이 짧았다. 겨울에 수술한 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슬럼프도 온 같았다”며 “반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서포터스가 있어 선수도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고 사과했다.
팀 선배 남궁웅(28)이 홍철의 글에 댓글을 달고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라는 뜻의 말로 중재에 나섰지만 서포터스의 분노는 아침까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단, 서포터스가 긴밀하게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최근 부진으로 감정이 격양된 것 같다”면서 “서포터스에서도 이제는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철에 대한 조치는 논의 중이며 선수단에는 SNS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