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준석(27)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풍자만화(사진)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문재인(59)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목이 베어진 장면을 그대로 노출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위원은 만화를 삭제하고 문 고문을 만나 사과했다.
이 위원은 지난 7일 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www.facebook.com/junseokandylee)을 통해 일본 만화 삼국지에 자신과 문 고문, 박근혜(60)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손수조(27)씨 등의 얼굴을 합성한 정치 풍자만화를 게재한 웹페이지를 소개했다.
문제는 만화에서 장수로 묘사된 손씨가 문 고문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박 위원장과 이 위원 등이 포진한 새누리당 진영으로 복귀하다 문 고문의 머리를 손에 들고 나타나 땅으로 내던지는 장면이 담겼다는 점이었다. 이 위원이 “재인의 목이다”라고 외치자 손씨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으며 딸꾹질하는 장면으로 만화는 마무리된다.
해당 만화는 그동안 인터넷에서 정치인이나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원본으로 활용돼왔다. 주인공이 적장의 목을 베는 장면에 유명인의 얼굴을 삽입하고 이들의 기백이나 좌절 등을 에둘러 전하는 게 이 만화의 목적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만화다. 이번 편은 4·11총선을 앞두고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여론은 여당의 유력인사라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잔인한 장면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했다는 점과 문 고문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위원을 힐난했다. 이 위원은 곧바로 만화를 공개한 링크를 삭제하고 자신의 다른 SNS 트위터(@junseokandylee)를 통해 사과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 위원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문 고문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이 위원은 이날 아침 김포공항에서 문 고문을 기다렸으나 비행기 연착으로 만나지 못하자 여의도로 발길을 돌려 만남을 성사시켰다. SNS와 전화에 이어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분주하게 움직인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결과였다. 문 고문은 수 시간 동안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기다린 이 위원의 손을 잡아 사과를 받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실수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 앞서 문 고문에게 두 차례 전화해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말을 먼저 들었다”면서 “만화는 3월부터 인터넷에서 유포된 것으로 직접 제작하지 않았다. 문제의 마지막 장면을 확인하지 않고 공개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