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시내버스에서 여자친구를 옆 좌석에 앉히기 위해 노인의 착석을 가로막은 젊은 남성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중교통에서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기존 사례들과 다르게 이번에는 지정좌석제가 아닌 시내버스에서 모두에게 주어진 좌석의 권리를 빼앗은 점까지 더해져 여론은 더 크게 들끓었다.
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부산의 한 시내버스에서 젊은 남성이 여자친구를 옆 좌석에 앉히기 위해 노인의 착석을 가로막은 목격담을 지난 11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고발했다. 뒤늦게 주목 받은 이 네티즌의 고발은 17일까지 여론을 가열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9일 부산 부전동의 한 백화점 앞 버스정류소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시내버스 141번에 탑승한 남성은 사람이 없는 2인석 창가 쪽 좌석에 먼저 앉았다. 이때 뒤따라 탑승한 한 노인이 남성의 옆 통로 쪽 좌석으로 앉으려하자 남성은 “여자친구가 앉아야한다”며 가로막았다.
이에 여자친구는 노인에게 좌석을 양보했으나 노인의 고사로 결국 남자친구 옆에 앉았고, 노인은 이들의 앞에서 기둥을 잡고 섰다. 노인은 잠시 뒤 무안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설 자리를 옮겼다.
상황을 고발한 네티즌은 “남성이 여자친구를 반드시 좌석에 앉혀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자신의 자리를 노인에게 양보하는 방법도 있었다”며 “시내버스에서는 누구나 빈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남성 혼자 돈을 내고 탑승한 것도 아니고, 이 노인도 엄연히 승객인데 먼저 앉아도 문제될 게 없었다”고 격분했다.
이어 “버스에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일부러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하는 게 아니더라도 빈 좌석을 가로막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이 남성은 여자친구를 위해 그렇게 행동했겠지만, 내 남자친구가 그랬다면 정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젊은이의 도덕성을 지적하는 게시글은 그동안 무수하게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그러나 대중교통 좌석에 대한 권리는 젊은이에게도 있다는 점과 문제의 젊은이가 피로나 장애 등으로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의견은 반으로 갈라졌다.
반면 이번의 경우 빈 좌석에 앉을 수 있는 다른 승객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점에서 여론은 이견 없이 일방적으로 흘렀다. 네티즌들은 “기차나 고속버스처럼 지정좌석제가 아닌 시내버스에서 빈 좌석을 내주지 않으면 노인이 아닌 젊은이라도 화날 것”이라거나 “남성이 사랑에 눈이 멀어 공공예절을 잊은 것 같다”며 문제의 남성을 힐난했다.
한 네티즌은 “남성의 다리가 부러지거나 너무 피곤해서 좌석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여자친구의 자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면서 타인의 좌석을 빼앗은 것은 상식 밖의 상황”이라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