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자칭 대기업 간부의 아내가 하청업체로부터 미리 상납 받은 추석선물을 인터넷에 자랑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는 갑(甲)과 을(乙)로 나뉘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간의 명절 상납 관습에 대한 비판론으로 이어져 여론을 더 뜨겁게 가열했다.
5일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자신을 대기업 간부의 아내라고 소개한 여성 네티즌이 한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하청업체로부터 상납 받은 한우 선물세트 사진을 다른 회원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에 대한 증거처럼 과시한 글이 여론의 역풍을 몰고 왔다.
이를 처음 고발한 네티즌(파***)은 “자칭 대기업 간부의 아내라는 여성이 집으로 들어온 한우 선물세트라면서 올린 사진으로 다른 아줌마들의 공분을 조장하고 글을 지웠다”고 설명한 뒤 ‘명절이어서 신난다. 벌써 집에는 (하청)업체로부터 선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와 나눠먹기 바쁘다’는 여성의 말을 옮겨 적었다.
문제의 여성은 부러움과 비판이 엇갈린 회원들의 반응에 “남편의 사회적 지위가 있어(높아) 집에 선물이 쌓인다”거나 “설에 받은 백화점 상품권 300만원도 아직 사용하지 못했다. 사실 별로 (좋은) 기분도 안 든다”며 자랑을 했다고 고발 네티즌은 전했다.
이어 “갑(상급업체)에 바쳐야 하는 을(하급업체)의 아내들에게는 한숨만 나오는 사진이었다”면서 “명절에 친구나 친척에게 보내거나 회사에서 직원에게 지급하는 명절 선물문화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음지에서 뇌물로 주고받는 것들이 결국 (명절 상품의) 원가에서 일부를 차지하게 되고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여성은 여론의 비판이 불거지자 인터넷에서 글을 삭제했다. 그가 실제로 대기업 간부의 아내인지, 상납성 선물을 받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추석연휴(9월29일~10월1일)를 앞두고 하청업체 직원이나 아내가 대기업 간부 아내에게 은밀하게 상납하는 명절 관습에 대한 비판론이 불거지면서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네티즌들은 “하청업체가 훗날 대기업과의 관계 단절로 명절 상납 사실을 고발하면 남편이 화를 입을 수 있다. 남편을 잡을 아내(미**)”라거나 “보통의 직장인들은 명절 보너스로 부모님 용돈 드리기도 벅찬데 하청업체 직원의 피 빨아 먹는 걸 자랑할 정도로 사회가 병든 것인가(꼬****)”라며 격노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제의 여성에게 ‘무개념 사모님’이나 ‘추석 한우녀’라는 별명을 붙이고 ‘신상털기’까지 시작했다.
고발 네티즌은 “세상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사람들이 어디나 있다. 설이나 추석에 하청업체로부터 뇌물로 받은 선물도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는 신나고 자랑할 일이 되는 세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