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녀에서 버스 변태남까지… 인터넷 응징 시대

개똥녀에서 버스 변태남까지… 인터넷 응징 시대

기사승인 2012-09-14 19:56:01

[쿠키 IT] 공공장소에서 법을 어기거나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았다가 인터넷 게시판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발돼 망신살이 뻗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행위 유형의 특징을 뽑아 ○○남(녀)이라는 별명을 지어 여론을 확산시킨다. 지하철 개똥녀, 고속버스 변태남 등이 그 사례다. ○○남(녀)을 고발하는 행위는 스마트폰과 SNS, 인터넷의 확산 등 정보통신(IT) 기술의 보급과 함께 어느덧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에서 ‘○○남(녀)’은각종 위법행위 및 공중도덕 훼손 행위 고발 사례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버스 패륜남’이 이슈가 됐다. 반말 시비 끝에 머리 희끗한 노인을 청년이 두들겨 팼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흰머리가 많은 40대와 청년이 시비 끝에 벌인 쌍방 폭행이었다는 내용이 확인되며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 ‘버스 패륜남’은 지난 11일 인기 검색어 주요 순위에 올랐다. 네티즌이 주목한 부분은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에서 젊은이가 노인을 때렸다’는 점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위법행위이자 노인공경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깨뜨린 것에 분노한 것이다.

◇법은 멀고 인터넷은 가깝다=2005년 애견을 데리고 지하철에 탔다가 개가 싼 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내리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공분을 샀던 ‘지하철 개똥녀’가 ‘○○남(녀) 시리즈’의 시초이다. 2003년 딸기를 들고 있는 여성의 스틸 사진이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며 ‘딸녀’라고 불린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물의를 빚어 공분을 일으키는 개념으로 굳어진 오늘날의 ○○남(녀)의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이후 사치와 허영에 물든 ‘된장녀’, 방청객으로 출연해 키 작은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던 ‘루저녀’ 등 숱한 ‘○○녀’들이 꼬리를 물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줄을 서라는 노인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었던 ‘지하철 막말남’과 고속버스 좌석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이 폭로된 ‘고속버스 변태남’ 등 ‘○○남’들도 인터넷을 달궜다.

네티즌들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공공장소에서 사회규범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 인터넷 공개라는 방법으로 응징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위반자에 대한 물리적 제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네티즌들은 ‘망신 주기’로 정의 구현을 추구하고 있다.

◇‘○○남(녀)’ 법원에 간다면=대법원은 지난해 6월 지하철 환승 에스컬레이터에서 카메라폰으로 여성의 치마 속을 동영상 촬영한 A씨에 대해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한 1·2심을 깨뜨리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하급심 법원은 A씨가 경찰 단속에 걸려 저장 버튼을 누르지 못했기 때문에 범행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촬영이 시작되면 영상 정보가 곧바로 주기억 장치에 입력돼 임시로 저장됐다가 이후 저장 버튼을 누르면 보조 기억 장치에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촬영된 영상 정보가 영구 저장되지 않은 채 강제로 종료됐다는 이유만으로 미수에 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하철 몰카남’ A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엘리베이터 자위남’에 대해 법원은 강제추행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2010년 2월 대법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한 뒤 꼼짝 못하게 하고 자위행위 모습을 보여준 B씨의 행위를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외에 특수강도강간 등 7가지 혐의를 받은 B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확정했다. ‘고속도로 바바리맨’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2000년 10월 C씨에 대해 공연음란죄를 적용, 유죄를 선고했다. C씨는 중부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진로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앞선 승용차와 시비를 벌이던 중 이를 제지하는 경찰에 항의하며 옷을 모두 벗어던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김상기 기자
jsun@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