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원 교사 교수 기자 공무원도 우민끼 회원 "이제 와서 무슨…""

"여당의원 교사 교수 기자 공무원도 우민끼 회원 "이제 와서 무슨…""

기사승인 2013-04-05 19:59:01

[쿠키 사회] 국제 해킹 집단 ‘어나너머스(Anonymous)’가 공개한 북한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우민끼)’에 국내 회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어떻게 북한 사이트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민끼, 어떻게 가입했나

사실 우민끼는 2004년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 차단 이전까지 국내에서도 자유롭게 접속하고 회원을 가입할 수 있었다. 당시 정부도 이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었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와 북한을 취재하던 언론인, 정치인과 심지어 통일부 직원까지 북한 동향을 직업적으로 관찰해온 사람들이 우민끼에 가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우민끼 뿐만 아니라 조선신보,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뉴스사이트는 물론이고 북한의 무역업체가 개설한 상업 사이트도 접속할 수 있었고, 북한과 남한 기업이 합작해 개설한 주패닷컴 같은 사행성 사이트까지도 접속이 허용됐다. 당시 북한의 사행성 사이트 관리자가 평양에서 메신저로 사용자들과 채팅을 하기도 했다.

보수언론이 이같은 상황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사이트 접속 차단을 주장했고 그래서 2004년 11월 정부 차원에서 북한 관련 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접속 차단과 금지 조치가 취해진 것이었다. 당시에도 접속 차단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방통위가 차단한 이후에도 기자들과 학자, 공무원들은 IP우회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계속적으로 우민끼 등 북한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대북 관련 사이버 업무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해외 서버를 이용해 우회 접속하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북한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지만 누구도 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고발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접속할 수 있었던 특파원 등이 기사를 쓰기도 했다.

우민끼 사이트 차단은 나중에는 우민끼 트위터 계정(@uriminjokkirii)에 대한 접속 차단으로 이어졌다. 하나의 사이트를 차단하기 시작하자 모든 ‘구멍’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민끼 등 북한의 트위터 계정을 단순 RT했다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고발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오늘날의 우민끼 회원 사태가 당시의 사이트 접속 차단이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재평가를 포함해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사이트 접속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우민끼 가입하면 간첩인가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우민끼 회원 명단에 포함됐다고 해서 마치 친북 성향이 있다든지 더 극단적으로는 간첩이라든지 속단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어나너머스가 폭로한 명단 중 상당수가 차단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회원 가입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민족끼리는 2003년 5월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폐쇄하기 전 1년 6개월 정도 기간에 가입한 회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외국에서 회원 가입을 한 국내인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회원으로 추정된 인물 중 일부는 실제 북한 주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는 공개된 회원 명단 중 국내 포털사이트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지 여부로 국내 회원 명단을 추렸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국내 포털사이트에 회원 가입한 뒤 이 이메일로 우민끼에 가입했을 수도 있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회원가입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해서 받고 있지만 지역별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며 “북한 지역에서 접속하는 경우를 따로 분류해 차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회원 가입자가 자신의 것이 아닌 이메일을 회원 정보란에 기입했을 수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가 5일 우민끼 회원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국내 인사들과 직접 접촉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2004년 이 사이트의 국내 접속이 차단되기 전에 가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0년대 초 학술·취재 목적이나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는 것이다. 가입한 적이 없다며 이메일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오래 전 학술 목적 가입”

국민일보가 5일 회원명단 인사들과 통화한 결과 “북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학술 목적으로 가입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정치적 활동 여부를 묻자 대부분 펄쩍 뛰며 강하게 부인했다.

역사 관련 학술단체 소속 홍모 연구원은 “평소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연구 목적으로 들어가 본 적은 있다”고 했다. 그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조직적으로 활동한 일은 없다”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불법인 시기에 가입했다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한 방송사 기자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방송을 진행할 때 관련 정보를 확보하려 우리민족끼리에도 2~3차례 들어가 봤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프로그램은 2001년부터 방영됐으며, 사이트에 글을 남기거나 자료를 내려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퇴직한 조모씨는 “수업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며 “개성의 남대문 사진을 찾아봤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우리민족끼리의 국내 회원이 꽤 많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명단에 포함된 민주노총 간부 우모씨는 “DJ 정부 때는 국내에서도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다”며 “경남대 북한대학원에 다니면서 학문적 목적으로 몇 차례 들른 적은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당시엔 햇볕정책 등 북한 연구 목적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가입했다”며 “(학자들이) 논문을 쓰거나 북한 관련 연구를 위해 이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명단에 있지 않았다.

“가입 안했거나 기억 안나”

상당수는 가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언론사 기자는 “가입할 이유도, 접속할 필요도 없었다”며 “왜 내 이름이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내가 우리민족끼리 회원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검찰에 신고한 상태다. 통합진보당원 박모씨와 한 노동조합 관계자 역시 “절대 아니다”며 가입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던 김모씨도 “기억 안 난다. 가입한 사이트가 수천 개다. 들어가 봤더라도 오래 전의 일”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이메일 주소를 도용해 가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명단에 나온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김모 전 국회의원(새누리당)은 “가입한 적도 없고 들어가 본 적도 없다. 국회 이메일 주소는 공개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 몰래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남 밀양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가입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명단에 공개된 ID는 “내 것이 맞다”고 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에는 통진당 당원, 민주노총 간부, 대학교수, 전교조 교사, 기자, 대학 학생회장 출신, 항공사 기장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가입이 가명으로도 가능해 단순히 명단에 나왔다고 해서 인물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 “회원 가입했다고 국보법 위반 처벌 못 해”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회원 가입한 국내 인사를 사법처리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단순 가입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 이적행위가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킹이라는 불법 행위를 통해 유출된 명단을 토대로 수사해 처벌하는 게 절차상 정당한지는 의문이 남는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대남 선전 매체이긴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불과해 그 자체를 이적 단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체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입행위로 처벌 가능한 대표적 이적단체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다. 이 관계자는 “회원 가입만으로 국보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추가적인 이적 행위가 있어야 처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초 ‘우리민족끼리’에 오른 글 102건과 동영상 30여건 등을 트위터에서 리트윗(RT)한 혐의로 사진가 박모씨를 구속기소했고 법원도 유죄를 선고했다. 과거 우리민족끼리 게시글을 보관·배포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례도 다수 있다.

해당 명단을 정식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 자료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명단을 근거로 가입자의 이적물 보관 또는 퍼나르기 등 다른 행적을 수사하거나 공안 사건 ‘블랙리스트’로 활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 당국이 불법 취득한 게 아니라 이미 공개된 자료를 참고로 내사·수사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를 하더라도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는 서버를 중국에 두고 있고, 운영주체도 북한 조평통이다.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원 명단에 등장한 이들의 실제 가입 여부와 활동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해당 이메일 계정을 일일이 역추적해 혐의를 살펴볼 수도 있지만 효율성이 매우 낮고 ‘마녀 사냥’식 수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검찰은 이를 의식한 듯 경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법리를 우선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상 강주화 전웅빈 김지방 기자, 박세환 박요진 수습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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