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북한이 러시아와 영국, 중국에 “4월10일 이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 영국 로이터 통신은 각각 평양에 주재한 러시아 대사관과 영국 대사관이 북한 당국에게서 이같은 통보를 받았다고 5일 보도했다.
영국 외무성은 북한의 외무성 연락관이 5일 아침 이같이 밝히며 “다음 단계를 고려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음 단계’는 평양에서 외국 대사관이 철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 외무성은 북한 당국의 이같은 통보가 최근 이어진 “일련의 위협적 발언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레오니트 칼라슈니코프도 북한 외무성의 외국 공관 직원 철수 제안은 "북한이 군사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온 수사(修辭)의 연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양의 러시아 대사관도 같은 시점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유로 철수를 고려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러시아 외무성은 그러나 평양의 러시아 대사관은 평상시와 같이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성은 현재로는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평양 내부는 평온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성은 또 평양에 주재 중인 중국 대사관에도 같은 통보를 했다고 전했다.
4월 10일 이후로 시점을 못 박은 점이 눈에 띄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북한의 명절인 태양절이 4월 15일인 점을 감안, 10일과 15일 사이에 북한이 체제 과시를 위해 미사일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 왔다.
청와대도 북한 외무성의 반응이 어떤 의미인지 긴급히 파악하느라 부산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평양의 러시아 대사관 관련 보도가 나온 즉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중심으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외교비서관, 국제협력 비서관 등 관련 수석들이 모여 보도의 진위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 또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도 철수를 요구했는지도 심도있게 파악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가 북한 외무성에 ‘진짜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고 문의한 것에 북측이 ‘그럼 철수하든지 하라’고 답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에 대사관을 둔 국가는 영국 중국 러시아 외에 브라질 불가리아 캄보디아 쿠바 체코 이집트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폴란드 루마니아 스웨덴 시리아 베트남 등 24개 국가이며 스위스가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청진에 영사관도 설치하고 있다.
이제훈 유성열 모규엽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