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마라톤 폭탄 테러] 결승선 들어올 아빠 기다리던 8살 소년… 비극의 참사

[보스턴마라톤 폭탄 테러] 결승선 들어올 아빠 기다리던 8살 소년… 비극의 참사

기사승인 2013-04-16 20:46:00


[쿠키 지구촌] 42.195㎞의 마지막 지점이었다. 미국 동부 보스턴의 중심가 보일스턴 거리에는 결승선을 통과한 이들이 환호와 격려 속에 땀을 닦고 있었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를 시민들이 응원하던 순간.

“콰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노란 불길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쓰러졌다. 붉은 피가 아스팔트에 번졌다. 비명과 고함 소리가 빌딩 사이로 메아리쳤다. 결승지점을 약 30m 앞둔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13초 뒤. 또 한번 “쾅”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치솟았다. 170m 뒤편이었다.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화약 냄새가 거리에 가득했다. 축제의 현장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방금 경주를 마친 이들의 다리가 날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잃었다. 피투성이다. 뼈와 살점이 뒹굴고 있다.”

루펜 바스타쟌(35)씨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바스타잔씨는 겨우 몇 m 차이로 사고를 면했다.

삶과 죽음은 순식간에 갈렸다. 아버지가 결승선에 들어오길 기다리던 8세 소년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소년의 어머니와 누이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를 다친 두 살배기 남아와 다리를 다친 아홉 살짜리 소녀를 포함해 15세도 채 안된 어린이 6명이 부상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팔 다리를 잃은 이들이 수두룩했다고 현장 목격자들은 전했다.

보스턴대학 유학생이라고 밝힌 김시훈(26)씨는 “첫 폭발음을 듣고 누군가 ‘북한이 미사일을 쐈나보다’라고 농담을 했고 나도 축포를 쏜 줄 알았으나 두 번째 폭음 뒤 아수라장이 됐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폭발 직후 30여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몰려들었고 헬기도 3대가 현장 상공에 떴다.

폭발물이 터진 시각은 15일 오후 2시50분(현지시간). 경기 시작 후 4시간9분44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전 세계 96개국에서 온 2만3000여명의 참가자들 중 에티오피아의 렐리사 데시사가 1등으로 결승점을 지나고 약 2시간 뒤 5000여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힘겹지만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순간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결승선 바로 앞 26마일(약 42㎞) 지점에는 특별석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샌디훅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26명의 유족을 위한 자리였다. 대회 직전에도 26초간 묵념하는 순서가 있었다. 유족들의 안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CNN은 군용 폭약이 아니라 조잡한 소형 폭탄이 사용됐다고 보도했으나, 폭발물 전문가 프레드 버튼은 “폭발 모습이 고성능 파이프 폭탄과 유사하다”며 “파이프 폭탄은 만들기 어렵지 않으나 제대로 조작하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CBS는 사고 현장에서 수상한 행동을 보인 남성을 시민들이 붙잡아 경찰에 인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체포 상태에 있거나 용의자 신분인 것은 아니다”고 경찰은 밝혔다. FBI는 현장의 CCTV 영상에서 배낭 두 개를 맨 흑인 남성을 확인하고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경찰은 또 보스턴에서 8㎞ 떨어진 소도시 리비어의 한 아파트를 수색했으나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만 밝힐 뿐 정확한 내용은 함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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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fattykim@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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