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 홍콩서 ‘블루문 월드’ 창조…男心까지 흔들어

기사승인 2013-05-13 09:15:01

[쿠키 연예] 콘서트에서 밴드의 등장은 여느 아이돌 그룹과 달리 임팩트(Impact)가 약하다. 아이돌 그룹은 무대 아래에서 뛰어오르듯 솟구치거나 순식간에 무대에 몰려나와 현란한 안무를 선보이지만, 밴드는 조용히 나와 각자의 악기를 자신 앞에 놓는다. 그러나 이런 초반의 약한 임팩트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드럼의 리듬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11일 오후 8시(현지 시각)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A냠 world expo Arena)에서 열린 씨엔블루 ‘2013 월드투어-블루문’ 홍콩 공연이 그랬다. 멤버들을 소개한 영상이 7000여 팬들의 환호와 함께 흘러간 후, 정용화, 이종현, 강민혁, 이정신은 조용히 등장해 각자의 악기를 손에 잡았다.

파란색 달을 뒤로 하고 씨엔블루가 ‘웨어 유 아’(Where You Are)로 공연의 포문을 열자 객석은 달에서 튀어나온 듯한 파란색 파편이 만들어졌다. 팬들이 손에 든 파란색 야광봉들로 인해 공연장은 씨엔블루와 팬들이 함께하는 ‘블루문 월드’가 창조됐다. 그러나 그 파란색 파편은 로맨틱한 노래에서는 밝은 하얀 별로 바뀌면서 씨엔블루를 감싸는 등 노래에 따라, 화면에 따라 새로운 ‘블루문 월드’를 만들어나갔다.

이날 씨엔블루는 ‘겟 어웨이’(Get Away) ‘원 타임’(One Time) ‘나란 남자’ ‘커피 숍’(Coffee Shop) '해브 어 굿 나잇‘(Have a Good Night) ’필링‘(Feeling) ’직감‘ ’외톨이야‘ 등 2시간 30분 동안 총 23곡을 선보였다.

특히 ‘필링’을 부를 때 정용화는 피아노 실력을 뽐냈고, 이종현은 자작곡 ‘디어즈 데이즈’(These Days)을 감미롭게 불러 홍콩 팬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관객들을 들었다놨다 하던 씨엔블루의 ‘포텐’이 터진 것은 일본 정규 1집 타이틀곡 ‘인 마이 헤드’(In My Head)부터였다. 정용화는 무대 앞으로 나와 댄스까지 선사했다.

씨엔블루와 관객들의 교감이 제대로 통했다는 것은 ‘직감’을 부르면서 느끼게 했다. ‘인 마이 헤드’를 부른 후 멤버들은 간단한 영어로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기분을 전하기도 했고, ‘아이 러브 홍콩’(I love hong kong)을 연이어 외치며 홍콩 팬들을 흥분케 했다. 보통 가수들의 멘트가 중간에 나오면, 이전 곡들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단절된다. 그러나 씨엔블루가 멘트 후 ‘직감’ ‘외톨이야’ ‘아임 쏘리’(I'm Sorry)를 부르는 분위기는 ‘인 마이 헤드’와 바로 연결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씨엔블루와 홍콩 팬들은 그 어느 간극 없이 공연 자체를 즐기고 있던 셈이다.

씨엔블루 공연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 것은 멤버들의 표정이었다. 백스크린에 비춰진 멤버들의 표정은 노래에, 연주에 몰입된 열정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미 드라마 등을 통해 한층 자연스러워진 연기력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 정용화는 그윽한 눈빛으로 팬들을 바라봤고, 이종현은 고개를 넘기며 혀를 내미는 등의 특유의 귀여움을 보여줬다. 이정신과 강민혁 역시 다양한 표정에 열정을 얹었다. 특히 백스크린이 4개로 분할돼 멤버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줄 때, 이런 모습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날 공연장은 여타 남자 아이돌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도 펼쳐졌다. 보통 케이팝(K-POP) 남자 아이돌 그룹 콘서트의 경우에는 여자 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씨엔블루 공연에는 적잖은 남자 팬들이 열정적으로 그들의 노래를 따라했다. 씨엔블루 소속사 역시 “팬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남성 팬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 씨엔블루 공연을 보러 온 케리 챔(Cherry Chem)씨는 “씨엔블루의 공연을 보기 위해 광저우에서 기차로 3시간 걸려서 왔다.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정용화를 알게 됐고, 씨엔블루는 중국, 홍콩에서 그들만의 색깔이 있는 밴드로 확실히 각인되어 있다. 씨엔블루가 중국, 홍콩에서 남자 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며 “실제 밴드 음악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남자들 중에서도 씨엔블루를 좋아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10일 공연에도 정말 많은 남자 팬들이 왔었다. 공연장의 20퍼센트는 남자 팬들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공연에서 나왔다. 씨엔블루 멤버들은 생일인 15일인 이종현을 위해 깜짝 파티를 개최했고, 팬들은 이를 축하해줬다. 이어 정용화는 ‘러브’(LOVE)를 부를 때 팬들에 좌우로 나눠 함께 노래를 부르며 공연장을 찾은 팬들을 거대한 합창단으로 만들었다.

이날 콘서트장에는 Pakho Chau, Ella Koon, Phil Lam 등 홍콩 연예인들도 관객으로 씨엔블루의 공연을 즐겼다.

한편 10일과 11일 홍콩 콘서트를 1만 4000여 팬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친 씨엔블루는 5월 25일과 26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5월 31일과 6월 1일은 호주, 6월 15일에는 필리핀, 6월 29일에는 중국 등 ‘2013 월드투어-블루문’ 열기를 이어나간다.

홍콩=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