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터키 전역 90여 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939명이 체포됐다.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는 1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도 수백명이 다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이스탄불 도심의 공원을 지키려는 시위가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주말인 2일에도 새벽까지 시위가 이어졌다.
1일 오전부터 시위는 격렬했다. 이스탄불 탁심 광장의 게지공원을 지키기 위한 시위대는 이 곳에서 경찰과 투석전을 벌였다. 시민 수천명이 보스포러스대교를 건너는 거리시위를 벌였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충돌은 시위대가 거리에 불을 지르고 경찰이 최류탄을 쏘는 야간 시가전으로 번졌다.
긴장이 고조되자 압둘라 귤 대통령이 이날 밤 늦게 경찰에 철수를 지시했다. 탁심 광장 주변에서는 새벽까지 시위가 벌어졌으나 날이 밝으면서 평온을 되찾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햇다.
이번 시위는 탁심 광장의 게지공원을 없애고 대형 쇼핑몰을 짓는 공사를 저지하고자 지난달 28일 시민단체인 ‘탁심연대’가 공원을 점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탁심 광장은 터키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또 게지공원은 이 지역 내 남은 마지막 숲이이다. 탁심연대를 주축으로 한 시위대는 게지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보초를 서면서 숲의 중요성을 알리고 묘목 심기와 미니 콘서트 등을 벌여왔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이 곳에서 벌어지던 소규모 집회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과잉진압을 하면서 오히려 사태가 악화됐다.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시위대 규모가 급속히 늘었다. 반정부 구호도 등장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과 평화민주당의 중진 의원들도 시위 현장을 방문해 공사 현장을 가로막는 등 시위대에 동참했다. 일부 시위대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1일에는 에르도안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은 탁심에 오늘도, 내일도 있을 것이며 극단주의자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곳이 되도록 두지는 않겠다”고 비난하면서 터키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공중에서 최류탄을 뿌리고 시위대를 무차별 체포했다.
앙카라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한 60대의 메흐메트 하스피나르씨는 “모든 독재자들은 언제나 국민을 억압하려 했다”며 에르도안 총리를 비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10년의 집권 기간 동안 터키를 유럽연합에 접근시키고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터키 국민들은 여전히 에르도안 총리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전체주의적인 통치방식과 이슬람 색채를 강조하는 과도한 종교적 보수주의는 이슬람 세속주의 민주국가라는 독특한 형태를 유지해온 터키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도 주류 판매를 더 엄격히 제한하고 공공장소에서 남녀간 애정 표시를 규제해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20명이 모여서 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한다면, 나는 2만명을 모으겠다. 10만명이 모인다면 나는 100만명의 당원을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총리의 강경한 입장은 오히려 반대 세력을 규합시키고 있다. 탁심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야권 지지자들과 함께 이슬람 소수파인 쿠르드당 지지자들과 이스탄불의 라이벌 축구팀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춤을 추는 광경이 목격됐다.
시위가 확산되자 귤 대통령이 나서 긴급성명을 발표, “민주 국가에서 반대는 법규를 지켜야만 용인될 수 있으며 당국도 반대나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시위대와 경찰 양측에 상식을 되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