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상반기에 의료계 관련 법원 판결에서 어떤 다툼들이 있었고 어떻게 판결됐을까?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법원 판결로는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피부 레이저 시술 가능 판결, 한의사협회의 영문명칭사용에 대한 의사협회 항고 대법원 기각, 낙태죄에 대한 선고 유예 및 형의 면죄 판결,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 불법 판결, 손해배상금 대불제에 대한 재산권침해 소송 기각 등이다.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피부 레이저 시술 가능 판결로 진주의료원의 해산을 막아 공공의료를 지키자고 한목소리를 냈던 의료계와 치과계가 의료영역을 놓고는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계와 한의계도 진주의료원때는 뜻을 같이 했으나 명칭문제로 딴목소리를 냈다. 한의사협회는 의사협회가 제기한 영문명칭사용 항고를 대법원이 최종 기각했다고 공격적으로 홍보하자 의사협회는 최종 판결이 아니라며 맞받았다.
의료계 내에서도 낙태죄에 대한 선고 유예 및 형의 면죄 판결에 대해 "낙태가 횡행하고 있음에도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며 들끓고 있다.
굵직한 판결들을 간추려 본다.
▶서울행정법원, 서남의대생 원고 부적격 각하
서울행정법원은 6월28일 서남의대 졸업생과 재학생 226명이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사건을 각하했다.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내린 상대는 학생이 아닌 서남대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서남대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실실습을 이수한 의대생 148명의 학점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한 134명의 학위가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소송에 참여한 서남의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각하 판결을 예상, 항소심을 거쳐 소송을 끌고 올라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희망을 걸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서남대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감사결과 통보처분 취소소송에 보조 참가인으로 나선다. 7월16일 첫 변론이 예정돼 있다.
▶대전지법, 낙태죄 선고 유예 및 형 면제
대전지법 제3형사부는 6월26일 낙태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선고 유예와 형의 면제를 판결을 내렸다.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낙태를 금지하는 형법의 규범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데다 사실상 낙태가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상 피고인들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이하 진오비)은 7월2일 낙태죄 판결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통해 "낙태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합리적인 양형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진오비는 "1953년부터 유지되어온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에 관한 법을 무력화 시키고,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위헌 소원'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을 뒤엎은 것이다.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판결이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치과의사 미용 목적의 피부 레이저 시술 가능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6월13일 치과 내원 환자에게 미용목적의 레이저 시술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 원장(N치과의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일정 부분 중복될 수도 있다. 어떤 의료행위가 의사의 면허범위에 속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레이저 시술은 안전성이 검증돼 있고 치과의사가 전문성을 가지는 구강악안면외과학의 범위에 속하며, 치과의사가 이를 행한다고 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일반공중위생상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수 없다는 판결이다.
치과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치과의사의 전문성과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규정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해당 영역에서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했다는 부분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아직 대법원의 법률적 판단을 앞두고 있으므로 대법원의 명확하고 준엄한 판결로써 올바른 의료제도가 바로서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사법부가 통째로 위험에 처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이 이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상고 의지를 밝혔다.
▶대법원, 한의사협회 영문명칭사용에 대한 의사협회 항고 기각
대법원이 6월11일 대한한의사협회의 영문명칭을 현행 ‘The Association of Korean Oriental Medicine’에서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AKOM)’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문제 없다’고 판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협의 영문명칭 변경과 관련,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고했으며,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의협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의협은 또 재항고를 진행했으나, 대법원 제2부는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재항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난 만큼, 향후 한의학의 이미지 및 위상 제고를 위해 새롭게 변경된 협회 영문명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협회 영문명칭이 변경됨에 따라 한의학 관련 표현 영문명칭도 ▲한의학: Korean Medicine(KM) ▲한의사: Korean Medicine Doctor M.D.(KMD)텱octor of Korean Medicine M.D.(DKM) ▲한의원: Korean Medicine Clinic ▲한의과대학: University(College) of Korean Medicine 등으로 변경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협은 영문명칭사용금지 가처분 판결에 대해 마치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것처럼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한의사협회 영문명칭사용금지 가처분의 소 항고에 대한 기각결정'으로서 가처분이란 쟁의 있는 권리관계에 관해 임시의 지위를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이며, 이번 사안은 어디까지나 가처분 소송의 결과라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실제적인 소송이라 할 수 있는 '본안소송'은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본안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그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한의사 의료기기사용 불법
헌법재판소는 2월28일 한의사 A씨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에 따른 처벌조항을 명시한 현행 의료법 관련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A씨는 2007년 12월 22일 부터 2009년 7월 4일까지 4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골밀도 측정용 초음파진단기기인 'OsteoImager PLUS'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 등을 실시하다 적발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현행 의료법 제 27조 1항 후단'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법률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ㆍ검안ㆍ처방ㆍ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통해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고 한의사들의 불법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단속을 주문했다.
▶서울행정법원, 손해배상금 대불제 재산권침해 기각
서울행정법원은 2월7일 모원장 등 의사 30인이 낸 손해배상금 대불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대불비용의 부담액과 부담자의 범위 등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법률 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지만, 의료기관에 대불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개설자의 재정적 부담을 경감해 주고 피해자에게 신속한 손해배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개설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사정 악화의 위험부담에 대비하는 공동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 침해의 원칙 또는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인 30인은 손해배상금 대불금 강제징수 조치에 반발, 지난해 6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을 상대로 대불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공고처분의 근거인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의 위헌여부를 밝히기 위해 행정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었다.
▶대법원, 선택진료 포괄위임 관행은 정당
대법원 제1부는 1월10일 서울대병원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양자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선택진료를 신청할 때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진료지원과까지 포괄위임하도록 규정한 대형병원의 관행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해외연수인 부재자나 전임강사 등 자격이 없는 의사에게 선택진료를 맡긴 병원에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김선호 기자 ksh@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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