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에픽’ 애니메이터 “韓 애니, 길고 넓게 바라봐야 성장”

[쿠키 人터뷰] ‘에픽’ 애니메이터 “韓 애니, 길고 넓게 바라봐야 성장”

기사승인 2013-07-04 18:01:01


[인터뷰] ‘아이스 에이지’ ‘리오’ 등의 작품을 성공시키며 픽사, 드림웍스와 함께 할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성장한 블루스카이스튜디오가 올여름 10년간 준비해온 애니메이션 ‘에픽: 전설의 주먹’(이하 ‘에픽’)을 내놓는다.

‘에픽’은 신비로운 숲의 세계에 빠진 소녀 엠케이가 숲의 전사들과 함께 악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스 에이지’ 1편의 감독이자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공동 창립자인 크리스 웻지가 8년 만에 연출을 맡았으며, 두 명의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참여해 국내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블루스카이 이상준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와 성지연 라이딩 슈퍼바이저가 한국을 찾았다. 이상준 디자이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뒤 컴퓨터 그래픽 스튜디오 ILM에서 근무하다가 블루스카이로 옮겼고, 성 슈퍼바이저는 컴퓨터 아트를 전공한 뒤 블루스카이에 몸담았다.

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에픽’의 제작과정을 비롯해 한국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차이점 등을 설명했다.

프리프러덕션 기간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에픽’에 매달린 이들은 할리우드에서는 작품 한편을 만드는 데 오랜 기간과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여건이 형성돼있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성 슈퍼바이저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한편이 나오고 나면 그대로 끝나는데, 할리우드에서는 다르다. 한 작품을 기획할 때도 긴 시간을 두고 멀리 바라본다. ‘아이스 에이지’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성우와 2~3편까지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고, 단 한편의 영화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상준 디자이너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 투자나 제작에 부정적이다. 성공한 애니메이션도 ‘마당을 나온 암탉’ 이외에는 없다. 이는 그만큼 애니메이션이 설 마당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국내에서 긴 시간 많은 인력을 투입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문제 때문이다. 투자한 것에 비해 수익이 적을 가능성이 크기에 선뜻 투자하기 힘든 것이 사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부가산업을 함께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는 “한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에 나온 캐릭터들로 부가 수익을 벌어들여야 한다. 작품 상영에서 수익이 끝나는 것이 아닌, 캐릭터 상품의 개발, 판매나 프렌차이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이들은 한국이 가진 고유한 정서를 애니메이션에 녹여낸다면 세계적인 성공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 슈퍼바이저는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다 보니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서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 문화가 상당히 신비롭다. 고전적인 것들이나 전래동화 등의 콘텐츠를 개발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화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른 나라 것을 따라 하는 것 보다 고유한 매력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포이트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준 디자이너 역시 싸이의 성공 비결을 예로 들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싸이가 해외에서 이 같은 성공을 거둔 것은 한국의 문화적 특색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고집과 웃음 유발 등 싸이가 가진 독특한 코드가 그런 것들을 보지 못했던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이다. 싸이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한국 CF 등을 외국에서는 상당히 재밌고 창의적으로 바라본다. 그런 장점을 살린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아직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지만,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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