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대학을 다니다 산업체에 취업해 1년간 근무하면 나머지 3년만 다녀도 학업을 마친 것으로 인정하는 ‘3+1시스템’이 도입된다. 대학과정과 현장취업을 연계해 청년층 구직난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생산가능 인구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베이비붐 세대의 전직을 돕는 ‘두 번째 기회’ 정책 패키지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청년층과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쌍끌이 정책’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방하남(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재학 중이라도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3년은 이론을 배우고, 1년은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듀얼 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듀얼 시스템은 학생에게 산업체가 원하는 능력을 현장에서 가르치고, 이를 평가·인증해 노동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일·학습 병행 시스템이다. 노동시장의 핵심 인력인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층의 조기 노동시장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이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남도록 하는 정책 패키지도 선보인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늦추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방 장관은 “고용률 70%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베이비붐 세대에게 어떻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느냐가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산발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모든 정부부처가 협업하는 패키지 형태의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정도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가 ‘나에게 이런 직업 진로가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가시적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난사람=오종석 경제부장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산적한 고용·노동 현안을 풀기위해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정 대화를 ‘패키지 딜’ 형태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등도 노사정 대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사정위원회도 개편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정부과천청사 노동부 장관실에서 이뤄졌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생산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청년층 취업확대를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청년층 인구가 매년 10만명 이상 줄어들고 있다. 동시에 25세 정도까지 재학률이 변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입직 문턱에 굉장히 많이 밀려있다. 전년 대비 청년층의 취업자 증가세는 당분간 하향추세를 나타낼 것이다. 정부는 이런 추세를 더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학 재학 중이라도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3년은 이론을 배우고 1년은 산업현장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8월까지 계획을 끝마치고 하반기 중으로 법제도를 개정하겠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 2016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60세 정년제 정착을 위해 정부는 어떻게 노력하나.
“베이비붐 세대에게 어떻게 두번째 기회를 주느냐가 현안이다. 노동부에선 그동안 전직지원 등 산발적으로 해왔던 것을 패키지로 만들 계획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시장 잔류, 재취업 등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고용노동부만 아니라 중소기업청은 전직 희망자를 중소기업과 연결시켜주고, 문화부는 문화분야 재취업을 지원하는 등 범 부처 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다. 2년 정도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가 ‘나에게 이런 직업 진로가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가시적 정책을 만들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소리 없이 우는 계층이라고 한다. 청년들은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청년 유니온이라는 단체도 있지만 베이비붐세대는 ‘너희들 다 됐으니 집에 가라’는 목소리 외에는 들리지가 않는다.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는 그들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겠다는 것이다.”
-고용률 70% 달성,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 대부분의 고용·노사관계 현안이 노사정 대타협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된다. 노사정 대화에 대한 입장은.
“일종의 패키지딜(일괄교섭)이 있을 수 있겠다. 노동조합은 현안들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수 있다. 발전적으로 풀게 되면 노조는 ‘우리가 정부에게 뭘 주겠다. 사용자에게 어떤 걸 내놓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또 사용자 측도 과거에 노사정 대타협 했던 것처럼 ‘당신들이 이렇게 나오면 양보할 수 있다’는 협상을 할 수 있는 패키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판을 짜봐야겠지만 그게 바로 사회적 대화이다.”
-노사정 대화의 주체들이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향후 노사정위원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나갈 것인가.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하고 보강하는 것이 국정과제로 들어있다. 노사정위의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의제도 과거 노동현안 중심의 실무적인 것보다는 경제·사회·복지·금융까지 모든 것이 고용·노동과 연계가 되니까 의제도 넓히고 논의도 효율화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계는 노사정 대화에 단독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경총을 통해서 들어와야 된다. 노동계도 비정규직이 대표성을 가지려면 노총을 통해 들어와야 한다. 현재 노사정위법에 따르면 독자적인 대표성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노사정위 법도 개정하려고 한다.”
-통상임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해법은.
“쉽지 않은 문제다.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 위주로 논의를 진행하는데, 노사 양측의 의견을 모두 개진하고 있다. 어느 정도 무르익고 의견이 접근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대화체로 옮겨갈 수 있다. 노사가 판례도 참고하고,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임단협이 이뤄져 왔고, 그 많은 수당이 어떻게 생겨왔으며 정기상여금 성격이 어떤 것이냐는 것들을 모여서 함께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통상임금을 정의하고 구분하면 합리적이겠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를 보전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연장근로로 지불하는 비용이 사람 하나 더 쓰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좀처럼 연장근로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후진적이고 복잡하고 불확실한 우리의 임금체계를 바로잡을 아주 좋은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임금체계 전체를 미래지향적으로 단순화하면서 통상임금도 이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도 심정적으로는 논의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명패를 들고 협상 자리에 앉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엔 논의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 일하는 방식과 고용구조의 다변화 등에서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통한 따뜻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취약 계층에게 정부가 공공근로를 통해 일자리를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형태의 지원은 지양할 것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많이 생겨났는데 박근혜정부에선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통합지원 체계를 만들었다. 그동안은 인건비 지원을 통해 창업을 도왔지만 이젠 그 단계가 지났다.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은행권도 협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정부도 공공구매를 통해 판로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적기업가들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MBA 과정이 개설되는 등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실질적으로 달성 가능하다고 보나.
“70%는 열심히 노력해 달성하겠다는 목표이다. 일단 전략을 잘 짜고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구조의 혁신과 일하는 방식·문화의 개혁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장시간 근로개선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의 경력단절 없는 노동시장 참여를 위한 보육시설 확충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창조경제를 창출해봤자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올라타기는 어렵다. 다 함께 참여하고 더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필요하다. 동시에 너무 오래 일하지 않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어야 생산성도 오른다. 이런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정리=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방하남 장관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1995년 한국노동연구원에 발을 들인 이후 지난 3월 장관으로 취임하기까지 고용복지와 연금문제를 깊이 파고든 학자 출신이다. 현재 실·국장급 노동부 고위간부 중 방 장관이 노동연구원에 재직할 당시 서기관·사무관으로 근무하며 방 장관에게 연구과제를 발주했던 경험을 가진 이들도 많다. 취임 초기에는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또는 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업무 추진력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방 장관은 특유의 차분함으로 내·외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쌓아가고 있다. 거의 매 주말을 반납하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해 업무를 볼 정도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고용의 질 평가’ ‘중장기 노동정책의 비전과 전략’ ‘고령화시대의 노동시장 변화와 노동정책 과제’ 등이 있다. 노사관계에 있어 실무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달 노동부 장관으로는 2년9개월 만에 민주노총을 직접 방문하며 소통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1957년 전남 완도 출생 △1982년 한국외대 영어과 △1995년 미 위스콘신메디슨대학원 박사(사회학) △1995년 한국노동연구원 △2003년 노동부 근로복지정책 자문위원 △2008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0년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2012년 한국연금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