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손현주 “연기의 신? 맞아 죽을 소리”

[쿠키 人터뷰] 손현주 “연기의 신? 맞아 죽을 소리”

기사승인 2013-08-20 18:16:01


[쿠키 영화] 지난해 드라마 ‘추적자’로 백상예술대상을 거머쥔 배우 손현주가 영화 ‘숨바꼭질’로 돌아왔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그는 두 달 뒤 영화 ‘숨바꼭질’로 팬들과 만나며 흥행 2연타를 치고 있다. ‘숨바꼭질’은 개봉 4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4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설국열차’ ‘감기’ 등 규모가 큰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타워에서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현주를 만났다. 영화의 흥행에 정말 행복하다며 관객 모두에게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심이 묻어났다.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대작들 사이에서 순 제작비 25억 원의 ‘숨바꼭질’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내고 있다. 비결을 묻자 그는 단번에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생활적인 두려움이나 공포를 이렇게 만들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관객 역시 그런 공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영화를 따라갔기에 더 무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릴러 장르는 호불호가 나뉘지만 이 정도의 탄탄함을 가진 작품이라면 적어도 관객들에게 외면받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은 예산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정해진 회차 안에서 모든 것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배우들은 촬영 전 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자는 약속을 했다.

“약속시간을 맞추는 것은 지금까지도 철저하게 지키는 약속이에요. 그것이 무너지면 스스로도 무너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전 늘 약속된 시간보다 빨리 가 있어요. 다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데 저만 조금 편하자고 정해진 룰을 어기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잖아요. 후배들에게도 늘 말하지만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중요한 것은 시간 약속이에요. 정해진 시간만 잘 지키면 예산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모든 것을 알차게 쓸 수 있어요.”

정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최선을 다 한 그는 영화의 베일이 벗겨지고 난 뒤, 무엇보다 영화가 손익분기점만 넘길 수 있기를 손꼽아 기대했다고 했다. 브라운관에서 오랜 연기를 했기에 ‘드라마 하다 영화 와서 잘못됐다’는 평이 가장 두려웠다.

“영화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안함과 긴장감이 있었어요. 영화가 잘 안될 경우 저 하나만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저 이후에 방송에서 영화로 오는 분들이 더 큰 부담을 갖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많이 사랑해주시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웃음).”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의 미덕을 가진 그는 ‘연기의 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말도 안돼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연기의 신’이라고 불러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잘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선배들에게 맞아 죽어요.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선배들부터 시작해서 정말 연기 잘하는 분들이 보면 웃을 거예요.”

지금은 연기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이지만 과거에는 연기력이 부족해 많이 혼났다고 털어놨다. ‘손현주는 안될거야’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직접적으로 대놓고 ‘넌 안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비속어까지 쓰는 분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이 굳은살이 된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당신은 안된다고 해도 나는 내길 갈 거야’라고 끊임없이 생각했었어요.”

손현주의 휴대폰에는 알려지지 않은 연극배우들 명단이 담겨있다.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기회를 만나지 못한 후배들에게 영화든 드라마든 추천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진주 같은 배우들은 쓰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결국 드라마와 영화의 질적 성장을 불러일으킬 것이고요. 이번 작품에도 제가 추천한 연극배우가 출연했어요.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요(웃음). 제가 그런 선배를 못 만났기에 후배들에게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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