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혼외아들’ 논란에 휘말린 채동욱(54) 검찰총장이 현직으로서 사상 초유의 법무부 감찰을 받고 사의를 표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 여론까지 즉각 들끓었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이날 자신에 대한 감찰을 시작하자 구본선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놓고 사의를 표했다. 채 총장은 “지난 5개월간 검찰총장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었다고 자부한다”며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으며 그 밖의 다른 어떤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신상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며 ‘혼외아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채 총장이 1999년 내연관계로 여성 Y씨(54)를 만나 2002년 아들까지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9일 후속보도를 통해 채 총장의 혼외아들(11)이 올해 7월 말까지 다닌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부친의 이름으로 ‘채동욱’을 적은 기록이 나왔다고 전했다.
채 총장은 의혹을 부인하면서 조선일보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12일에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Y씨라고 밝힌 여성은 10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 편지를 보내 “혼외아들로 지목된 아이와 채 총장이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파문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날 법무부는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국가의 중요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는 물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사안”이라고 규정하며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채 총장과 대검 검사장은 물론 대변인까지 황교안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리고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법조계와 정치권, 여론이 들끓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채 총장의 사퇴 기사를 배포하면서 “언론과 국정원이 정치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적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황 장관이 사실상 채 총장의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이라거나 “황 장관이 노골적으로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채 총장의 사퇴를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의혹들과 연결하면서 “원세훈과 김용판,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이석기 등 일련의 상황이 모두 연결된다. ‘혼외자(혼외아들)’를 빌미로 몰아내고 말을 잘 듣는 총장 앉히려 (하는 게) 사실이면 국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혼외아들’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의를 표한 채 총장의 처신에 의문도 꼬리를 이었다. SNS에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으면 대중에게 더 이상 알려서는 안 되는 의혹을 숨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거나 “한 차례 불거진 의혹의 사실을 규명하지 않고 달아나는 모양새”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보수 논객’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채 총장의 사퇴를 “채동욱 도망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내고 “불행한 일”이라면서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이런 소문에 휩쓸려 고위 공직자가 사퇴하게 된 점에 안타깝다”고 밝혔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이 다시 과거로, 정치검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현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겠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정현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