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로축구 K리그의 간판 라이벌매치인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에서 유명가수의 공연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그라운드가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상황은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가 열린 9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오후 1시 킥오프를 앞두고 경기장으로 들어선 두 구단의 선수단과 관중들은 그라운드 한 복판을 가로지른 네 줄의 긴 흔적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프라인과 평행하게 그려진 이 흔적은 물론 본부석 방향 잔디까지 그라운드 곳곳이 파여 있었다.
지난달 28일 이 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조용필(63)의 콘서트가 남긴 상처였다. 경기장 한복판에 설치된 대형무대의 흔적이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남은 것이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경기를 앞두고 잔디의 훼손 부분에 녹색 가루를 뿌리는 임시방편을 세웠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시작됐고 선수들은 잔디 곳곳이 파인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세계 7대 라이벌매치이자 평균관중 4만 명대로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인 ‘슈퍼매치’의 명성은 축구후진국형 그라운드 컨디션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다.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관전한 축구팬들 분통을 터뜨렸다. 빅매치를 앞두고 콘서트를 승인한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을 향한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축구팬들은 “이게 바로 한국축구의 현실”이라거나 “축구팬을 무시한 처사”라며 힐난을 퍼부었다. 한 네티즌(@gla*******)은 “콘서트를 승인한 공단 측 직원들도 정작 내년 여름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이 부진하면 선수 탓만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콘서트 이후 열흘 넘는 기간동안 보수에 집중하지 않은 수원 삼성 구단 측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민***)은 “공단에 항의하든 여론에 호소하든 엄살조차 부리지 않은 구단도 상황을 방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경기에서는 수원 삼성이 후반 13분 공격수 산토스(28·브라질)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32분 정대세(29)의 추가골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