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기성용(24·선덜랜드)의 축구대표팀 복귀는 아직 이른 것일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막말 파문 이후 ‘홍명보호’에 처음 승선한 기성용은 12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5308명의 관중으로부터 야유와 박수를 동시에 받았다.
오후 8시 킥오프에 앞서 진행된 선수 소개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기성용을 호명하자 관중석에서는 잠시 환호가 나오다 곧바로 야유가 쏟아졌다. 야유는 경기 중에도 계속됐다. 후반 11분 브라질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때 기성용이 직접 슛을 준비하자 대표팀 서포터스가 밀집한 북쪽 방향 관중석 구석에서 야유가 새어나왔다. 후반 16분 기성용이 오스카(22·첼시)의 발에 걸려 쓰러진 후반 16분에도 대상을 짐작할 수 없는 야유가 터졌다.
기성용은 지난 7월 SNS 페이스북 비밀계정에서 최강희(59·전북 현대) 전 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난 글을 몰래 작성한 사실을 들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기성용의 계정에는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으로 뽑아줘서… 우리(해외파 선수들)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다음부터 오만한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는 내용의 글들이 적혀 있었다. 모두 최 전 감독을 향한 기성용의 비난과 조롱이었다.
홍명보(44) 감독은 지난달 30일 최 전 감독에게 사과하는 조건으로 기성용을 차출했고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다. 인터넷에서는 이른 면죄부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과 막말 파문에서 직격탄을 맞은 최 전 감독의 체면을 걱정하는 입장과 기성용의 사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기성용은 최 전 감독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 밝혔으나 최 전 감독은 그의 방문을 고사하는 대신 “운동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달라”며 용서의 뜻을 내비쳤다.
지난 3월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이후 7개월여 만이자 홍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는 처음으로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기성용은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하고 대표팀 동료들과 관중석을 향해 인사한 뒤 조용하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