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 논란에 여자축구 퇴출 압박 박은선 “내게 웃으며 인사한 사람들이…”

성 정체성 논란에 여자축구 퇴출 압박 박은선 “내게 웃으며 인사한 사람들이…”

기사승인 2013-11-06 09:13:00

[쿠키 스포츠] 여자실업축구 구단들로부터 불거진 성 정체성 논란으로 퇴출 압박을 받은 박은선(27·서울시청·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박은선은 소속팀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들로부터 출전자격 박탈 요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불거진 6일 새벽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나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걱정해준 사람들이었다. 나를 이렇게 죽이려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6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주 회의에서 박은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가 내년 리그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는데 결의했다”고 한국여자축구연맹에 통보했다. 구단들은 연맹이 박은선의 출전을 계속 보장할 경우 리그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섰다.

서울시청의 간판 공격수인 박은선은 신장 180㎝, 체중 74㎏로 건장한 체구를 가졌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남성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박은선은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여자월드컵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2005년부터 여자실업축구 WK리그에서 뛰었다. 올 시즌에는 리그 19골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중하위권 팀이었던 서울시청은 박은선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 2위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박은선은 “성별 검사를 한두 번 받은 게 아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기분이 좋지 않고 수치심까지 느꼈지만 지금은 말조차 할 수 없다”며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무력감을 드러냈다.

페이스북 글 사이사이에 “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는 말을 빼놓지 않은 박은선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다른 구단들의 퇴출 압박) 소식을 접한 어머니, 오빠, 언니는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더 노력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넘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조현우 기자
kcopd@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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