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영표(36)가 28년간 밟은 그라운드에서 떠났다.
이영표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위스의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전반전을 마친 하프타임 때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정몽규(51)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공로패와 감사패를 받은 이영표는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축구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관중들은 작별의 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이영표에게 날리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축구계 후배이자 현직 가수인 구자명(23)은 이영표의 뒤를 따르며 노래를 불렀다. 이영표가 인사를 마칠 때쯤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이영표는 마지막 인사로 두 팔을 흔들었다.
이영표의 축구인생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28년째다. 1999년 12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 프로로 입문했다. 같은 해 코리아컵에서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핵심 수비수로 성장했고 아시아 사상 첫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다.
2003년에는 히딩크 감독의 제안으로 박지성(32)과 함께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잉글랜드 토트넘 핫스퍼(2005~2008년)와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2008~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2009~2011년) 등 유럽과 중동 무대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2006년 독일월드컵의 원정 첫 승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원정 첫 16강 진출 등 한국축구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장식했다.
지난달 28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경기장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2013년 북미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최종전(3대 0 승)은 이영표의 고별전이었다. 당시 이영표는 현지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밟은 그라운드에서 떠났다.
이영표는 이날 은퇴식에서 “나에게 긴 시간 동안 보낸 응원을 후배들에게 돌려 달라”고 관중들에게 당부했다. “한국축구와 K리그를 사랑해 달라”는 애원도 빼놓지 않았다. 관중들은 “행복했다” “고마웠다”고 외치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영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