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196cm로 대표팀의 최장신인 김신욱은 홍명보(44) 감독으로부터 ‘고공 특명’을 받았다. 뜬공을 직접 머리로 밀어 골문 안으로 넣거나 이를 막기 위해 몰려드는 상대 수비수들과 몸을 부딪히면서 동료들의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게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한국은 후반 13분 수비수 홍정호(24·아우크스부르크)의 동점골과 후반 41분 이청용(25·볼튼 원더러스)의 역전 결승골로 승리했다. 문제는 김신욱의 골 결정력이었다. 홍정호와 이청용이 모두 헤딩 골을 넣었지만 정작 김신욱은 머리로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13분 기성용(24·선덜랜드)의 프리킥을 머리로 때려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됐다.
이를 의식한 듯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선 김신욱은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다음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과 동료들이 나의 경기 방식에 많이 맞췄다. 나도 그들의 방식에 맞췄다”며 “대표팀에는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내가 (상대 수비수들을) 붙잡고 막는 역할을 할 때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이 골을 넣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오는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열리는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더 좋은 활약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신욱은 “러시아에서 나보다 키가 큰 선수는 없을 것이다.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회만 잘 잡는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