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유럽이 월드컵 역사 100년을 넘기기 전에 남미를 정복할 수 있을까.
유럽과 남미는 월드컵 역사에 세워진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다. 원년 대회인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부터 최근 대회인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모두 19번의 대회에서 유럽은 10번, 남미는 9번 우승했다. 다른 대륙에는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고 판세를 양분했다.
하지만 개최대륙별 우승 판세에서는 유럽이 절대적으로 열세다. 유럽은 9번을 안방에서, 1번을 아프리카에서 차지한 반면 남미는 개최권을 확보한 적이 없는 오세아니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대륙(남미 4회·북중미 3회·아시아 1회·유럽 1회)을 모두 정복했다.
이로 인해 유럽은 스페인의 남아공월드컵 우승 전까지 80년 가까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남미의 조롱을 받았다. 특히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는 펠레(73)를 앞세운 브라질의 우승으로 안방에서 남미에 무릎을 꿇은 수모까지 당했지만 반세기 넘게 설욕조차 못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유럽에 특별한 이유는 그래서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에서 한 세기에 해당하는 2030년까지 마지막 남미 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러시아는 2018년, 아시아의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했다. 개최국이 정해지지 않은 2026년과 2030년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륙별 순환개최 정책에 따라 북중미와 오세아니아가 유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의 입장에서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 100년을 넘기기 전에 남미를 정복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남미가 사상 최다인 6개국의 본선 진출로 어느 대회보다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의 우승후보들은 대부분 두 팀씩 한 조로 묶였다.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다툰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4년 만에 B조에서 다시 만났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D조, 독일과 포르투갈은 G조로 각각 모여 두 개의 ‘죽음의 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B조에는 칠레가, D조에는 우루과이가, G조에는 가나와 미국이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들과 대결하는 E조의 프랑스를 제외하면 유럽의 우승후보들은 조별리그 통과조차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우승후보의 조별리그 탈락이 속출할 경우 유럽의 남미 정복 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