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에이스는 원정 응원으로 힘을 실어준 서포터스의 인사를 외면했습니다. 이런 에이스에게 주장은 고함을 지르고 손가락질했습니다. 대량 실점으로 기운이 빠진 선수들은 서로를 외면하듯 고개를 숙였고 그 사이에 신예는 상대 관중석을 향해 중지를 올려 모욕했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반환점을 앞둔 16라운드에서 선두 아스날의 붕괴된 체력과 정신력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아스날은 14일 영국 맨체스터 이티하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에 3대 6으로 완패했습니다. 공격수 시오 월콧(24)이 두 골을 넣고 주장 페어 메르테자커(29·독일)가 한 골을 보탰지만 대량 실점을 막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중간전적 11승2무3패(승점 35)로 여전한 선두를 지켰지만 2위 첼시(10승3무3패·승점 33)와 3위 맨시티(10승2무4패·승점 32)에 승점 3점차 이하로 추격을 당하면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결과만큼이나 선수들의 무너진 정신력도 실망스러운 경기였습니다. 신예 미드필더 잭 윌셔(21)는 2대 4로 뒤진 후반 23분쯤 자신에게 야유하는 상대 관중을 향해 가운데손가락을 올렸습니다. 완패로 경기를 마친 뒤에는 에이스인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25·독일)이 서포터스를 외면해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통상 원정경기를 마친 뒤에는 선수들이 서포터스의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라커룸으로 돌아가지만 외질은 자신의 부진한 경기력에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이고 곧바로 그라운드 밖으로 빠져나갔죠. 이에 소속팀의 주장이자 같은 독일대표팀 출신인 메르테자커가 외질에게 달려가 고함을 지르고 손가락질하며 문제를 키웠습니다.
시즌의 반환점인 ‘박싱데이(12월26일)’를 앞두고 급격하게 하락한 아스날의 체력과 정신력을 여지없이 드러낸 순간들이었습니다. 아스날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전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보강하며 시즌 초반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분배할 대체 선수의 부족입니다. 리그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소화해야 하는 아스날은 시즌 중반부터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습니다. 16라운드는 이런 우려를 증명한 셈이 되고 말았죠. 부족한 체력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고 동반 하락한 정신력이 선수단 안팎의 마찰로 나타난 겁니다.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64·프랑스)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수요일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마치고 토요일 오후 경기를 치르는 것은 위험하다. 피로를 회복하지 못하고 빅매치를 소화해야 하는 일정은 이상적이지 않다”며 “(선수들 사이의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벵거 감독은 지난 4일 선수단의 체력 하락을 고려해 선발 순환 차출을 선언했는데요. 박주영(28)은 오늘도 명단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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