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사연 깊은 16강 대진 추첨 결과를 받은 디디에 드로그바(35·갈라타사라이)가 적으로 만난 ‘친정’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드로그바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니옹 UEFA 본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식에서 현 소속팀인 터키 갈라타사라이와 전 소속팀인 잉글랜드 첼시의 대결이 확정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로그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진표가 이렇게 짜여지다니…(놀랍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은 나다. 16강전을 편안한 마음으로 치르겠다”고 적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두 차례 열리는 16강전에서 원정경기를 안방처럼 생각하겠다는 인사였다.
드로그바는 첼시 서포터스인 ‘블루스’에게 전설과 같은 선수다. 러시아의 유대계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7)가 첼시를 인수하고 구단주로 나선 2004년 첼시로 입단, 최전방에서 전성기를 이끌었다. 세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2005년·2006년·2010년)과 구단 역사상 유일한 챔피언스리그 승(2012년)은 모두 드로그바가 선사한 타이틀이었다.
드로그바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 한 달 만인 2012년 6월 중국 상하이 선화로 떠났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전성기만큼 득점 감각을 보여주지 못한 드로그바를 구단은 방출 명단에 올렸고 드로그바도 이런 상황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첼시 서포터스는 두 시즌째 다른 유니폼을 입은 드로그바와 꾸준하게 접촉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드로그바가 첼시의 홈구장인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리지를 안방처럼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드로그바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조제 무리뉴(50·포르투갈) 감독과 주장 존 테리(33), 베테랑 미드필더 프랭크 램퍼드(35) 등 첼시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동료를 적으로 만나게 됐다. 대진 추첨을 앞두고 “드로그바를 적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무리뉴 감독의 농담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첼시와 갈라타사라이의 16강 1차전은 내년 2월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드로그바의 생애 첫 번째 ‘친정’ 원정이 될 2차전은 같은 해 3월 18일 스탬포드브리지에서 각각 열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