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듬성듬성 빠진 앞니를 활짝 드러낸 미소. 작지만 큰 꿈을 담은 듯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망울. 2007년 방송사의 축구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서 작은 팔에 주장 완장을 찬 여섯 살 ‘슛돌이’는 3년 뒤인 2010년 박지성(32·PSV 에인트호벤)의 품에 안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골문을 열고 거스 히딩크(67) 감독의 품에 안긴 순간을 재현한 광고에서였다. 감독으로 등장한 박지성이 품에 안은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였다.
다시 3년이 흐른 지금 ‘슛돌이’ 이강인(12)은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 팀의 유니폼을 입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선수들을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그는 29일(한국시간)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열린 12세 이하 국제 클럽대항전인 후베닐 밍게스 토너먼트 바르셀로나와의 8강전에서 득점 없이 맞선 후반 4분 간결하고 정확한 발기술로 수비를 뚫더니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앞서 28일에는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1대 0으로 앞선 후반 8분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 사각지대에서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골 안으로 꽂아넣어 유럽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근 4경기에서 3골을 넣으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강인은 백승호(16)와 이승우(15), 장결희(15·이상 바르셀로나)의 뒤를 이어 10년 뒤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를 완성할 유망주다. KBS의 ‘날아라 슛돌이’ 3기 유소년팀 주장으로 2011년 발렌시아와 계약한 이강인은 최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강인이 골을 넣는 장면을 지켜본 스페인 대표팀의 공격수 로베르토 솔다도(28·토트넘 핫스퍼)는 트위터에 “지금 뛰고 있는 발렌시아 유소년 팀의 등번호 10번 선수가 누구인가. 대단하다”고 적었다. 이에 같은 대표팀 골키퍼 출신인 산티아고 카니자레스(44)는 “아들에게서 이강인이라고 들었다”고 댓글을 달아 관심을 드러냈다.
같은 날 스페인 언론 ‘수페르데포르테’는 이강인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경기장에서는 온통 이강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강인은 왕관의 보석과 같은 선수”라고 평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이 강인은 정확한 프리킥을 비롯해 대회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강인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가 11명 중 최고의 선수라고 말한다”고 평가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