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한국에 출장 왔다 일본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일본 내각부 직원 A씨(30)의 사망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A씨가 한국에서 남긴 마지막 행적에 기이한 점이 포착되면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A씨가 한국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던 스파이일지 모른다는 보도까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인터넷 매체 J캐스트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A씨가 북한이나 한국, 중국 등의 편에서 일을 하는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내각부 산하 싱크탱크 경제사회총합연구소에 적을 둔 A씨는 지난 1월 초 한국에서 열린 경제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서울로 들어왔다.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같은 달 20일 후쿠오카현 기타큐슈 앞바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매체는 A씨의 사망 정황으로 볼 때 단독으로 움직였다고 보기 힘든 만큼 스파이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부산에서 기타큐슈까지는 200㎞ 이상으로 고무보트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였고, 고무보트 엔진은 최대 7㎞마다 연료를 주입해야 하니 혼자 고무보트를 타고 부산항을 출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A씨가 부산항에서 출항해 표류하다 숨졌을 리도 만무하다. 당시 해류라면 고무보트는 기타큐슈가 아닌 시마네현으로 흘러갔어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A씨는 화물선 같은 큰 배를 타고 기타큐슈 앞바다까지 온 뒤 고무보트로 입항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J캐스트뿐만 아니라 석간지 등은 이를 근거로 A씨의 배후에 거대 조직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씨는 북한이나 한국, 중국 등을 위한 스파이이며 큰 배로 일본에 접근한 뒤 고무보트로 몰래 일본에 들어오려다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A씨가 월북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경우 고무보트와 같은 소형 배라도 국경을 넘으면 즉각 알아차리고 접근하니 월북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경우 해류 문제가 있다. 만약 A씨가 월북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해류를 밀려 시마네현으로 흘러갔어야 한다.
끝으로 A씨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다 사망했다는 시각이 있다. 빚에 허덕이던 A씨가 마약 밀매 등에 휘말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과 자국에서 발생한 사적인 일을 해결하려고 몰래 들어오려다 변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등이다.
A씨의 한국에서의 행적도 수수께끼다. A씨는 지난 1월 6일 서울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고부보트를 구입했고 이틀 뒤인 8일 부산 인근 한 호텔에서 택배로 고무보트를 받았다.
A씨가 신분을 숨기거나 의도적으로 드러낸 점도 수상하다. A씨는 부산의 한 호텔에 투숙할 때 ‘알렉스’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반면 지난 1월 6일 오후 4시에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소문파출소를 찾아와 본명을 밝히고 여권 케이스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다.
여권이 아닌 여권 케이스를 분실했다고 신고하면서 본명을 밝힌 것을 두고 자신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남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자 A씨 사건을 둘러싸고 묘한 긴장감까지 도는 분위기다. 실제 A씨가 남북관계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정보당국도 A씨 사건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우경화 바람으로 한중일 관계가 경색된 와중에 터진 사건이어서인지 일본 네티즌들은 A씨 사건에 큰 관심을 두며 연일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중일 막후에 어마어마한 소용돌이가 치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