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전남 신안군 ‘섬노예’ 사건과 관련, 전남지방경찰청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을 놓고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경찰이 구체적인 단속 기간까지 ‘친절하게’ 예고했다는 비판인데, 인터넷에는 “세상에 어느 국가기관이 단속 날짜를 알려주느냐. 무능의 극치”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논란은 전남경찰이 지난 7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섬노예 사건 대책을 공표하면서 시작됐다.
전남경찰은 “지난 6일 언론에 제기된 염전 노동자들에 대한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송구한 말씀을 드리고 관계기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후약방문이라며 뒤늦은 조치를 비난하는 비판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최대 현안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남경찰이 ‘도서지역 등 상습적 인권침해 우려지역 점검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특단의 대책에는 도내 인권 사각지대 우려가 있는 염전이나 수용시설·유흥업소 등을 점검해 불법수익을 환수하고, 분기 1회 이상 점검활동을 기본으로 맨투맨식 종사자 면담을 실시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세부적으로는 도서지역 염부 등 조사원, 보호시설 수용자 등에 대한 인신매매, 상습폭력·학대, 임금착취, 보조금 횡령, 성매매 강요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대책에 ‘2014. 2. 10부터 2. 21까지 2주간’이라고 단속 기간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은 도서 지역 특성상 불시 단속이 가장 효과적일텐데 미리 인터넷을 통해 단속기간을 알리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지 되묻고 있다.
전남경찰 페이스북에는 “나 단속해요 하고 가면 다 도망가지”라거나 “어이가 없네요. 불시단속해서 일망타진을 해야지, 피해자만 더 늘어날 듯, 한심하다”, “단속을 미리 알려주는 무능의 극치”, “2주만에 전남도의 그 많은 섬을 어떻게 다 수색하나요? 좀 개념을 가지고 경찰행정에 임해주소”, “야~ 우리 여론 때문에 수사하러 가야 되니까 알아서 잘 처리해라? 전 병력 투입해서 비밀수사해도 반이나 구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역시 답이 없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이번 섬노예 사건을 지역 경찰이 아닌 서울 구로경찰서가 해결했다는 점을 놓고도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구로서는 지난 6일 전남 신안 섬의 염전에서 수년 동안 노예처럼 착취를 당한 40대 남성 2명을 극적으로 구출했다고 밝혔다. 노예처럼 시달리던 피해자들은 지근거리에 있는 파출소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 중 한 명이 우체통에 구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넣었고, 아들의 실종신고를 미리 했던 모친이 편지를 받고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면서야 사건이 풀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섬노예 문제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고 피해자들이 현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현지 경찰이 염전 사업주와 연결돼 섬노예 문제를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는 상황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