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은 신성한 경쟁을 치르는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이 없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권도 반납하라.”
한국 네티즌들의 극성스러운 사이버 공격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부끄러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전이 발단이 됐습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박승희(22·화성시청) 선수를 넘어뜨린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24)를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퍼부었고, 이를 다시 BBC 등 해외 언론이 중요하게 다룬 겁니다.
한국 네티즌들이 크리스티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몰려가 한국어로 “너 때문에 4년을 망쳤다” “죽어라! 한국인은 영원히 너를 저주한다” “투신자살하라” “4년 뒤 평창올림픽에도 올 거야? 등 뒤를 조심해야 될 거야” 등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저주와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크리스티는 결국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크리스티는 지난 주말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으로 표적이 됐고 일부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다. 인터넷의 욕설 때문에 경기 집중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죠. BBC는 “크리스티가 사과를 했는데도 한국 네티즌들은 화를 풀지 못하고 계속 공격했다”며 한국 네티즌들이 크리스티 SNS에 남긴 욕설을 자세히 소개했고요.
영국 일간지 데일리 리코드 역시 크리스티가 한국 네티즌들의 사이버 공격에 못 이겨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영국인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마크 아담스 대변인이 “(한국인들의 사이버 공격은) 분명히 지나치다”고 우려를 표명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비뚤어진 민족주의로 뭉친 한국 네티즌들의 극성스러운 사이버 공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국과 관련된 현안이라면 어디라도 몰려가 집단 공격을 퍼붓거나 ‘F5 신공’(새로고침 버튼을 눌러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행위)’을 펼치기 일쑤였죠.
일본과 중국 인터넷 매체는 즉각 크리스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폐쇄를 주요 속보로 처리했고, 일본과 중국의 혐한(嫌韓) 네티즌들은 좋은 먹잇감이라도 만난 듯 연일 한국 때리기에 혈안입니다. 아담스 IOC 대변인 발언까지 보도되자 아예 한국의 국제 스포츠대회 참여를 금지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네티즌들도 있습니다.
18일 일본 혐한 여론의 본거지인 ‘2CH’(2채널)에는 ‘한국의 올림픽 개최권 반납을 요구하자’는 제목의 글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습니다. 스포츠맨십은커녕 국수주의에 빠져 다른 나라 선수들을 괴롭히는 한국에게는 올림픽 같은 국제스포츠를 치를 자격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스포츠경기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도 선수 개인의 인터넷 공간까지 찾아가 살해 협박을 한 것은 사이버 폭력을 넘어 테러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한국을 질타하는 의견들로 넘쳐납니다.
“런던올림픽 박종우 선수 사건도 그렇고, 국제 대회 때마다 말썽을 일으키니 IOC도 이제 한국의 민도(국민성)를 이해하겠죠. 국제 경기에 한국의 참여를 금지합시다!”
“한국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축출합시다.”
우리 네티즌들의 사이버 공격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암요. 투신자살을 하라니요. 세상에 그런 비겁하고 저열한 말을 어찌 그리 쉽게 합니까.
정작 피해 당사자인 박승희 선수는 크리스티에 대해 “나보다 더 울고 있더라. 착한 선수인데”라고 위로했습니다. 또 자신의 동메달에 대해서도 “나에게 제일 소중한 메달이 될 듯하다. 난 괜찮아요.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적었고요. 크리스티 또한 트위터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죄송하다. 박승희 선수를 존경한다”고 사과까지 했습니다. 둘 사이의 앙금은 이미 사라진 셈입니다.
키보드 앞에 앉아 남 괴롭히는데 열중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이 부디 박승희 선수의 대인배 같은 마음 씀씀이를 본받기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