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재무부는 경제성장률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2.9% 성장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2.8%를 근소하게 웃돌았지만 전년 성장률 6.4%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반(反)정부 시위가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0.6%, 3분기 성장률 2.7%와 견줘 볼 때도 크게 떨어졌다.
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2년마다 출렁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00년대부터 2~3년 주기로 벌어지고 있는 정정불안과 관련이 깊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재임시절부터 반복된 탁신 세력과 반(反)탁신 세력 간의 반목 때문이다. 양 세력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을 때마다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경제가 마비됐다. 정국 혼란으로 GDP의 7%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아서다.
최대 성수기인 지난달 수도 방콕은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날도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과정에서 총격이 발생, 경찰 1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총 11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다쳤다. 태국 관광사업협회는 지난해 4분기~올해 1분기 해외 관광객이 예년보다 30~40%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실 규모가 100억 바트(약 3283억원)에 이른다. 태국 내 글로벌기업마저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정정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200억 바트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해외 투자자들은 최근 3개월 사이 태국 주식·채권시장에서 40억 달러를 회수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정정불안이 길어지면 태국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뱅크 런’(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잉락 총리는 2011년 하반기부터 농민들의 부채탕감을 위해 시장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쌀을 수매해왔는데, 재원 고갈로 수매 정책을 종료하기로 했다. 국민들은 은행이 정부에 쌀 수매대금을 빌려주면 대출이 부실화될 것으로 판단,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다. 실제 정부 저축은행(GSB)에서 예금자들이 17일 하루 동안 30억 바트를 빼갔다.
잉락 총리를 지지했던 농민들은 시위대에 가세해 그를 옥죄고 있다. 방콕포스트는 “잉락 총리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농민들의 시위가 집권당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길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